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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에 한 소년이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밭매기 품팔이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산 속에서 도적을 만났다.

이들 부자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것을 안 도적은 그만 허탈하게 주저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소년의 아버지에게도 담배를 한 대 권하더니 그는 자신이 도적이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아내가 병으로 죽은 뒤 그는 가난 때문에 아이들을 미군부대 앞에 데려다 놓았다.

그후 틈틈이 부대 앞으로 찾아갔고 아이들은 아버지가 찾아오는 오후시간에는 문 앞으로 나와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아이들은 미군들이 준 껌 초콜릿 등을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아버지께 드렸다.

아버지는 그것을 받아 언젠가 아이들을 다시 찾으면 주겠다고 주머니에 넣었다.

어느날부터인가 아이들이 나오지 않았다.

외국으로 입양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모아 아이들을 찾아오겠다는 생각으로 산도적이 됐다는 것이다.

그 소년을 보더니 꼭 자기 아들만한 나이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주머니 속에서 사탕 두 개를 꺼내 줬다.

그 아버지에게는 "이놈 때문에 봐준다"고 말했다.

소년은 산도적이 아이들을 주려고 몇 년간 고이 간직해 두었다는 그 사탕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가 하루빨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 사탕을 헝겊에 곱게 싸서 실로 묶은 후 처마밑에 매달아 뒀다.

열흘쯤 지났을까.

처마 밑에 매달린 사탕에 벌떼가 한 덩어리로 뭉쳐 윙윙거리는 것이 아닌가.

소년의 아버지는 벌떼 덩어리가 붙어있는 사탕의 끈을 조심스레 풀어 벌통 속에 넣었다.

사탕을 먹지 않고 참은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토종 벌통이 하나 생긴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책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 어느 저자가 들려준 어릴 적 체험담이다.

참고 기다리는 것과 못 참는 것의 결과 차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참아야 할 때를 알고 참는 것은 진정한 전략가의 몫이다.

나는 무엇을 참고 있나.

투자가치가 있는 참음인가.

참을 필요가 없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은 내 참음의 대차대조표를 그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