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자리가 그대로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

박정인 현대모비스 사장은 요즘 임원회의 때마다 이 말을 강조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언제든 정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상시구조조정 체제다.

박 사장의 말을 듣고 주력부문인 자동차 부품제조관련 부문 이외의 환경 플랜트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들은 발이 닳도록 수주를 위해 뛰어 다닌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19일 (주)두산의 전략회의.

이상하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렸지만 우리는 여전히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상시구조조정 체제를 구축해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삼성이 비상경영을 외치는 판"이라며 간부들을 독려했다.

효성의 조석래 회장은 최근 팀장급 이상 간부 3백여명을 회사 강당에 모아 놓고 "구조조정의 성과를 좀 봤다고 해서 자만해선 큰 일 난다.외환위기 당시의 자세와 정신을 되찾으라"고 호통쳤다.

올 1·4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로 나오고 국내외 경제 여건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업들이 상시구조조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언제든지 정리하겠다는 의도다.

상시구조조정의 핵심은 ''No Profit No Business(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그만둔다)''.

삼성은 ''이익을 못내는 사업과 조직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2∼3년 안에 수익성이 보이지 않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전망 없는 사업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과 인력은 상시 퇴출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 1년간 쉐르빌 아파트 수주를 하지 않았다.

쉐르빌은 아파트 브랜드 파워 1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삼성중공업이 쉐르빌 아파트를 수주하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

1위 브랜드라도 돈을 못 벌면 사업을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자재·설비 유지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올해 매출액의 4%에 해당하는 1천3백60억원의 원가를 절감하는 목표를 세우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연합철강은 냉연제품 부문을 포기하고 돈이 되는 표면처리강판 부문을 특화하는 쪽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지난해 경쟁적으로 진출했던 닷컴사업을 올 들어 하나둘 정리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상시구조조정이다.

기업들은 이같은 상시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및 합병·분할을 위한 법률 절차 등에서 애를 먹고 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부실 제거와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한 상시구조조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법률과 세제 등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구학·김용준 기자 cg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