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같이 우량한 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하면 안 그래도 불황의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다른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더해줄 수 있다"

포철이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포스코, 긴축경영으로 불황돌파''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경영환경 변화로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나 감소하는 등 실적이 악화돼 대대적인 생산원가 및 경비절감에 들어간다는게 보도자료의 골자다.

경비를 최대 30% 줄여 총 3천억원을 절감한다는 구체적 목표까지 제시했는데 이상하게도 투자조정에 대한 설명이 없다.

포철은 내부적으로는 올해 설비투자를 연초계획에 비해 4천8백억원 가량 줄이기로 했다.

언론이나 증권회사 분석자료를 통해 이미 알려진 터라 감출 이유도 별로 없는 내용이다.

포철도 보도자료에 이 내용을 넣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설비투자 감축안이 슬그머니 사라진데는 정부의 ''포철 사랑''과 ''국민적 배려''가 작용했다.

포철의 한 관계자는 "정부쪽에서 설비투자 감축안을 공식 발표하지 말았으면 해 그 내용을 뺐다"고 전했다.

"다른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더해 줄 수 있다"는 정부쪽의 ''고견''이 전달됐다고 한다.

얼추 꿰어보면 정부는 포철의 1분기 실적이야 어차피 발표될 의무사항이고 1년치 실적도 전망치인 만큼 무난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반면 향후 실물경기의 악화 가능성을 단적으로 가리키는 지표중 하나인 설비투자액 감축안에는 꽤나 신경이 거슬렸는가 보다.

포철의 입을 틀어막으면 우려되는 불황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모양이다.

아니면 포철을 여전히 말 잘 들어야 하는 공기업으로 여기는 과거 습관을 발동했거나.

정부쪽은 그렇다 치자.

설비투자 감축안을 못 이긴척 자료에 넣지 않은 포철의 자세 역시 헷갈린다.

그동안 투명경영, 주주이익 중시 등을 외치며 어엿한 민영화 기업이 됐다고 강조하던 포철이다.

포철이 왜 갑자기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김홍열 산업부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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