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 이메이션코리아 사장 jwlee@imation.com >


오전 6시.

시계가 울리면 자동으로 침대에서 튀어나간다.

일어나면 곧장 쌀을 씻어 밥을 안친다.

밥통의 스위치를 누르고 나면 그제서야 잠옷도 벗고 세수를 한다.

도시락 세 개를 싸면서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준비가 끝나면 가족들을 깨우고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후닥닥 먹고 나면 뒷정리할 시간도 없이 집을 나서야 한다.

오후 3시.

눈코뜰새없이 바쁜 와중에도 학교 갔다가 돌아올 초등학생 딸 생각이 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딸애는 뭘 할까.

출출할 텐데,간식은 제대로 찾아 먹을까.

오후 7시30분.

아이는 혼자서 잠들어 있고 개수대에는 설거지가 가득하다.

이제부터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아이의 숙제를 봐 주고 밀린 집안 일을 한다.

결혼한 지 10년 된 여자후배의 하루다.

요즘 그녀는 심신이 지칠대로 지쳤다.

지금은 초등학생이라서 학교라도 가니 좀 낫지만 아기였을 땐 시댁이나 친정을 전전하고 좀 커서는 놀이방에서 감기 떨어질 날이 없었던 딸을 생각하면 일하는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부시시한 얼굴로 밀린 집안일을 끝내고 밤늦게 자리에 들 때면 체력적으로도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단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여사원은 키워서 쓸만하면 시집가고,출산하면 그만둔다는 입사 초기의 선배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 마음을 다잡아먹는다고 한다.

얼마전 내가 다니는 경희대 대학원에서 학생회장 투표가 있었다.

단독 출마인데 찬성과 반대를 묻는 간이투표였다.

나는 후보가 여성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렇다는 말을 듣고는 기꺼이 찬성표를 찍고 왔다.

그녀의 10년후,20년후의 모습이 내 후배와는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최근 여성부가 신설됐다.

여성에게 보다 동등하고 열린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국여성들은 지금까지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 힘든 여정을 살아왔다.

여성부 신설로 그러한 관행과 제도가 많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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