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의 거액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부여에 대한 위법 시비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당에 이번에는 일반직원들에게도 스톡옵션을 달라는 노조측 요구로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일은행의 영업실적은 경영을 잘해서라기 보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덕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판에, 경영개선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임직원들의 도덕성 해이만 조장하는 스톡옵션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제일은행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부여한 이사회 당일에 법이 바뀌는 바람에 위법 사실을 몰랐으며, 개정된 증권거래법 시행령 84조 9항의 규정에 따른다고 해도 행사가격을 지정하지 않은 것은 결정권한을 가진 금감위의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제일은행 매각당시 전체 발행주식의 5% 범위에서 스톡옵션을 줄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어 스톡옵션 부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같은 반론은 두가지 점에서 별로 설득력이 없다.

우선 분명히 할 것은 위법사실을 몰랐다고 해서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1년전에 스톡옵션을 주기로 결정하고도 그동안 쉬쉬하고 있다가 최근에야 공시한 것을 보면 위법사실을 몰랐다는 변명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

물론 이사회 결의당시 반대하지 못하고 이후에도 행사가격을 지정하지 않는 등 관계당국의 잘못도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법사항을 기정사실로 밀어붙이는 것은 선진금융의 모범을 보여야 할 제일은행 경영진으로선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법규위반 못지 않게 과연 스톡옵션을 줄만큼 경영개선이 충분히 이뤄졌느냐도 심각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거절하면서 현 경영진 스스로가 지난해의 양호한 경영실적이 영업능력 강화의 결과라기 보다는 공적자금투입 덕분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스톡옵션은 행사가격 행사기간 업적평가방식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더 잘 알만한데 왜 이렇게 무리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호리에 제일은행장이 지난해 금감위의 기업지원 요청을 거절하며 "은행이 정부의 지갑이 돼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우리는 같은 이유에서 "은행이 경영진이나 임직원의 지갑"이 돼서도 안되며, 경영개선 성과는 경영진과 임직원은 물론 고객과 국민 모두에게 되돌려야 옳다고 믿는다.

제일은행은 하루빨리 스톡옵션을 철회해야 하며 그렇치 않을 경우 금감위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