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에게 본격 시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파릇한 잔디 위에서 플레이를 할수만 있으면 되는가.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골프 입문후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 그 어렵다는 "싱글"의 경지에 단 한번이라도 도전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를 뜻하기도 할 것이다.

정말 생애 베스트스코어를 내보고 싶은 골퍼, "싱글 핸디캐퍼"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골퍼, 골프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 싶은 골퍼들은 시즌 초반부터 각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여느 해처럼 "별 생각없이 나가서 플레이하고 맥주 한잔 하는 것"으로 끝낸다면 핸디캡은 만날 요지부동일 것이다.

200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고자 하는 골퍼들은 다음 다섯가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1 분명한 목표 설정

단 한번이라도 스코어카드를 보면서 라운드를 분석해본 적이 있는가.

단순히 파 몇개, 보기 몇개, 더블보기 몇개를 했다는 식이 아니라
드라이버샷을 몇번 페어웨이에 떨어뜨리고 정규타수만에 그린에 몇번 올렸으며 퍼팅수는 몇회였다는 식으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특정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했다면 "무엇 때문에, 왜?"를 분석해야 한다.

트리플보기를 해서 라운드를 망쳤다는 식의 한탄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운드를 2~3회 분석해 보면 자신의 골프에 대한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다.

실상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올 시즌 목표를 세워야 한다.

#2 취약점부터 살펴라

프로골퍼들도 취약점이 있게 마련이다.

스코어카드 분석을 통해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면 우선 그것부터 집중 보완하라.

장점을 더욱 살리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특정 홀에서 몰락하지만 않으면 자신의 핸디캡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한 홀에서 트리플보기나 그 이상이 나오는 것은 특수한 상황에서 약점이 증폭되거나 욕심이 지나쳤을때 발생한다.

한 라운드 3퍼팅 횟수가 다섯번 이상으로 많은 편에 속하면 퍼팅 거리조절 연습에, 벙커에 들어갔다 하면 탈출하는데 2~3타가 소요되면 벙커샷 연습에 주력해야 한다.

#3 고정관념.선입관 탈피

한 라운드에 드라이버는 14번 잡아야 한다.

파5홀 세컨드샷은 우드로 쳐야 한다.

그린사이드에서 칩샷할 때는 깃대를 뽑아 놓는다.

이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머리 속에 박혀 있다면 그것은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이 있으면 새로운 발상이 자리잡을수 있는 여지가 좁아진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향상되는 골프"를 기대할수 있겠는가.

골프는 다른 어느 종목보다도 "머리"가 필요하다.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그러려면 굳은 살을 도려내고 스폰지와 같은 흡수력을 지녀야 한다.

#4 전략 세우고 라운드

첫홀이 파4홀인지 파5홀인지, 파4홀이라면 길이는 3백야드인지 4백야드인지.

단편적 예이지만 이런 것조차 모른채 허겁지겁 티오프하는 골퍼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첫 홀이 끝나면 다음 홀이 나오고, 그러다보면 18홀을 마치게 된다.

그날 라운드에 앞서 적어도 몇가지는 준비도 하고 정보도 있어야 한다.

그 골프장의 파3홀 길이는 대체로 얼마나 되는지, 매번 "공무원 퍼팅"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날만큼은 볼이 홀을 지나치게 퍼팅하겠다고 결심한다든지, 핸디캡 1번홀에서는 처음부터 보기를 목표로 티샷을 한다든지, 세컨드샷을 하기 좋은 곳으로 티샷을 보낸다는지 하는 것들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아무 생각없이 가는 골퍼와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아래 샷을 하는 골퍼와는 차이가 날수밖에 없다.

#5 욕심 대신 자신감

운동신경이 아주 둔하거나, 별 흥미도 없는데 억지로 라운드를 하는 골퍼들을 제외하면 웬만한 골퍼들은 홀마다 더블보기 이하를 기록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구력 2~3년만 되면 90대는 칠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트리플보기나 쿼드루플보기가 나오는가.

기량 이상의 결과를 바라는 욕심 때문이다.

러프에서 바로 그린에 올리려는 욕심, 7m 거리의 퍼팅을 버디로 연결시키려는 욕심, 긴 파5홀에서 세컨드샷을 그린 근처에 갖다 놓으려는 욕심, 지난 홀의 더블보기를 이 홀에서 버디로 만회하려는 욕심...

그런 욕심들이 몸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고 그 결과 미스샷을 내게 한다.

욕심은 버리되 자신감은 충만해 있어야 한다.

파를 할수 있다는 자신감, 1m 거리의 퍼팅을 넣을수 있다는 자신감,벙커에서 볼뒤 모래를 정확히 치기만 하면 볼은 탈출된다는 자신감 등은 가질수록 바람직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