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은행거래 패턴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늘리기 위해 여신 관련 규정을 전면 뜯어고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기업들은 특히 신용등급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

은행들이 금리 차등폭을 최대 10%포인트까지 넓혀 신용도가 떨어진 기업에 대해선 지금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물릴 방침이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기업은 그만큼 금융비용을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대출기간 중에도 신용등급 변화에 따라 은행과 기업이 금리 협상을 다시 할 수 있는데다 기존 대출도 시중금리 변동에 따라 적용 금리가 바뀐다는 점도 기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신용등급이 중요해졌다고 고의로 분식회계를 해 재무구조를 우량한 것처럼 꾸미다가는 큰일 난다.

은행들은 분식회계 적발시스템을 운용하고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에는 여신회수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할 예정이다.

△ 한빛은행 =올 상반기중 신용대출 취급기준을 전면 개정한다.

현재 이 은행은 자체 평가를 통해 3등급 이상 기업에만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5등급 이상 기업으로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한빛은행에서 4,5등급으로 판정받아 담보를 제공해야 했던 2만6천여개 기업들은 앞으로는 신용만으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한빛은행은 또 신용등급 평가기준도 완화, 되도록 많은 기업들이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등급별 대출한도도 확대할 방침이다.

올 3분기에는 분식회계 기업에 대한 제재기준을 확정, 분식회계가 적발된 기업은 등급을 내리고 여신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또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이같은 내용을 대출약정서에 반영키로 했다.

△ 외환은행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 체계를 완전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로 사용했던 기준금리를 오는 6월부터 국고채 수익률이나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대출금리에도 시장의 실세금리를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또 신용등급에 따라 0∼4%포인트씩 얹던 가산금리도 0∼10%포인트로 넓히기로 했다.

가산금리 결정방식도 바꾼다.

지금까지는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단계별로 0.5%포인트씩의 단순 차등금리를 적용했다.

그러나 앞으론 등급별 예상부도율 등을 감안해 가산금리를 결정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신용이 좋은 기업은 지금보다 금리가 1∼2%포인트 낮아지고 신용이 나쁜 곳은 금리가 4∼5%포인트 올라간다.

외환은행은 이같은 신용대출 금리 변경을 기존 대출금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 조흥은행 =현재 신용등급별 최고 5%포인트 차이가 나는 대출금리 격차를 등급에 따라 차등폭을 넓히기로 했다.

또 현재 운영중인 분식회계 적발시스템을 보완, 거래 기업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체크할 방침이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5등급 이상 기업에 원칙적으로 신용대출을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선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5등급에 포함된 기업들은 개별적인 재무구조나 현금흐름, 자금활용도에 따라 신용대출을 현재도 받고 있다"며 "이를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 신한은행 =현재 은행권이 함께 고치고 있는 여신거래 기본약관이 완성되는 대로 신용등급조정에 따른 ''금리조정 옵션권''을 도입,적용키로 했다.

금리조정 옵션권은 신용등급이 오르면 거래기업이,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은행이 각각 대출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권리다.

또 현재 운영중인 기업별 계열별 신용한도제를 포괄적으로 운용해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원활히 하기로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분식회계 기업에 대한 제재기준은 은행권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며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망에 분식회계 기업을 등록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차병석.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