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국적을 묻듯이 식물은 원산지를 따진다.

봄철 이맘때면 흐드러지게 피는 왕벚나무가 대표적인데 한국과 일본은 마치 자존심 대결을 하듯 이 나무를 두고 수십년동안 원산지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왕벚꽃을 국화(國花)처럼 여겨 원산지 얘기만 나오면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인다.

우리 역시 착각에 빠져 있기도 하다.

왕창 피었다가 일시에 지는 벚꽃의 속성을 일본무사의 ''개척정신''으로 미화해 주입시켜온 식민지교육의 산물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이 우리 왕실의 창덕궁을 비롯 진해 마산 등 전국에 걸쳐 대량으로 벚나무를 심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또 미국에는 우호의 정표로 많은 벚나무를 보내 ''벚꽃=일본''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부각시켰다.

워싱턴DC의 포토맥 공원에 있는 수천그루의 벚나무는 1912년에 이식된 것이다.

이런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 한라산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처음 증명됐다.

임업연구원이 꼬박 2년간에 걸친 DNA 분석을 통해 왕벚나무의 원래 서식지가 한라산이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이 벚나무의 유전변이량은 일본 벚나무보다 2.5배로 월등히 높아 일본의 변이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전학으로 볼때 어떤 종(種)이든 원산지의 유전변이량이 제일 크고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왕벚나무는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국내에 역도입됐다는게 연구원의 결론이다.

지금까지 왕벚나무는 꽃과 잎, 과실 등 외부 형질만을 대상으로 연구되어 왔는데 그 형태가 유사해 정확한 검증이 어려웠다.

왕벚나무는 최근 한라산에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는 것이 발견돼 신계리와 봉계동의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잎이 나기전에 꽃부터 핀다 하여 ''잎꽃''이라고도 불리는 벚꽃은 현재 1백30여종이 있으나 왕벚꽃이 가장 화려해 각별히 사랑을 받고 있다.

임업연구원은 내친김에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한라산 자생 왕벚나무를 대량으로 증식시켜 전국에 보급할 계획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