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어려울 때 은행 CEO(최고경영자)를 맡았고 거액의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받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김 행장은 약속한 대로 주택은행의 주가를 국내은행중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호리에 행장도 취임 1년만에 제일은행을 흑자로 돌려놨다.

무엇보다 이들은 과감한 조직쇄신,수익성 위주 경영 등 은행경영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는 점에서 ''선진경영의 전도사''란 명성까지 얻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평판이 뒤집어지고 있다.

호리에 행장의 스톡옵션 때문이다.

제일은행은 그동안 공개하길 꺼려 왔던 경영진 개개인이 받은 스톡옵션 물량을 지난 17일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호리에 행장이 받은 스톡옵션은 소문대로 4백만주를 넘어섰다.

전체 스톡옵션물량 5백27만3천주 가운데 호리에 행장 몫은 78.2%인 4백12만8천7백75주.

전체 발행주식의 2.1%에 달한다.

경우에 따라선 호리에 행장이 은행 주요주주가 될 수 있는 규모다.

행사가격도 액면가 수준인 5천79원.

이대로라면 그는 2003년 4월1일 이후 제일은행 주가가 1만원이 되면 2백억원대의 ''보너스''를 거머쥐게 된다.

파격적인 대우가 아닐 수 없다.

부실은행인 제일은행을 정상화하는데 2백억원은 결코 아까운 금액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스톡옵션의 조건이 너무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금융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행장이 30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것은 1998년 10월.

당시 주택은행의 주가는 3천원대였고 은행주를 거들떠 보는 이도 없었다.

이때 김 행장은 월급 1원에 행사가격 5천원인 스톡옵션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스톡옵션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반면 호리에 행장은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13조원의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은행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는 취임한지 석달만에 행사가격 5천79원에 4백만주의 스톡옵션을 챙겼다.

그리고 1년동안 쉬쉬 했다.

장진모 금융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