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 건축가.(주)서울포럼 대표 >

건축건설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은 항상 살얼음을 딛는 듯하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으로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공공프로젝트에서 성공이나 감사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저 추진이나 되고,큰 사고 큰 하자 없이 굴러가기만 해도 하늘에 감사할 정도다.

최근 언론을 장식한 건축건설 관련 뉴스들은 하나같이 유쾌하지 않은 것들 뿐이어서 우리 사회의 기본에 대한 회의가 든다.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언론의 빗발치던 ''경고'' 기사는 일반 시민에게는 거의 위기 수준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물론 합리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씁쓸한 것은, 일단 개항을 하고 나자 마치 입을 모은 듯이 칭찬조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이웃나라의 신공항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설계가 최고수준이다,약간의 운영 문제는 있지만 위기관리 시스템이 굴러가고 있다'' 하는 등의 찬사다.

이렇게 표변하니, 나중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것 봐라'' 하기 위해 방위선을 치는 심리가 작용했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천년의 문'' 사업이 백지화되는 과정에서의 일 처리는 졸렬하기 짝이 없다.

워낙 말도 많았고, 끝까지 책임지려는 사람이나 조직이 없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문화관광부에서 백지화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추진조직을 없애버리는 것은 도대체 무슨 행태인가.

사업추진을 위해 3년여를 들였다면 원만한 사후처리를 위해서 적어도 몇달은 더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시작하기 보다 끝내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무책임한 행정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2추모공원'' 사업이 난항일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한 일이다.

그러나 ''님비 현상''에 의한 적나라한 민원에 부딪치고, 지방의회.국회의원들까지도 "표 잃는 짓은 절대 못한다"고 나서는 데에는 어안이 벙벙하다.

최근 서울 거리 곳곳에 수없이 나붙은 플래카드를 보노라면 정말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나 회한이 든다.

그 어디에도 장제장을 짓지 못한다면 수년 후에 닥칠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 때가 되면 언론과 국민은 또 다시 정부의 책임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인가.

''장묘문화 개선에는 원론적 찬성, 개선사업 시행에는 각론적 반대''의 악순환을 반복할 것인가.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하는 ''국립박물관'' 개관 일정은 결국 늦추어졌다.

그런데 예산 부족, 공기 부족, 전시학예 준비부족, 주변 미군부대의 토지정리 필요성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계속 지적해 왔던 문제들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질 단계가 되어서야 정치권과 언론이 물고 늘어지자 겨우 귀를 기울인 것이다.

이러한 관행으로 보아 일정이 늦추어졌다고 해서 준비가 철저해지리라는 것도 믿기 어렵다.

공공사업도 이런 지경에 이르는데 민간사업은 오죽할까.

어떠한 종류의 사업이든 ''털어서 먼지 안나는 것 있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집중된다.

어떻게 구상을 잘하고, 경제적 기술적으로 튼튼하게 잘 지어서 사업도 잘되고 환경의 질을 높이느냐 하는 본 게임은 뒷전인채 인허가 로비와 집단민원 처리, 입찰비리 같은 주변 게임에 온갖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충대충, 쉬쉬하며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의 민간사업이다.

하다 못해 자기 집 한채 지을 때에도 이웃에 쉬쉬하고, 이웃의 축하를 기대하기는 커녕 ''죄인같은 심정''이 돼버리는 것은 문제 아닌가.

건축건설은 과연 사회적 죄악인가?

''자연에 대한 죄악''인 것만은 분명해서 어떻게 자연에 죄를 덜 지으면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건축건설이 사회적 죄악시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사회의 그릇을 만들고 정비한다는 점에서 건축은 중요한 인프라이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축복이기 때문이다.

투명한 제도적 잣대와 법적 과정, 합리적인 타협과 조정, 제대로 된 투자로부디 우리의 건축건설을 축복된 사업으로 만들자.

문제가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jinaikim@www.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