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군부 장악력은 확고한가.

미 해군 정찰기와 중국전투기 접촉사고로 빚어진 미.중간의 신(新)냉전기류 속에 제기되고 있는 의문이다.

한반도엔 중국 지도부의 권력구조와 안정만큼 중요한 변수도 없다.

장 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지도부가 군부와 알력을 빚어 그 권력기반에 균열이 생긴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류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워싱턴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게리트 공(옥스퍼드대 출신의 중국전문가) 아시아연구팀장은 "장 주석의 군부에 대한 확고한 장악력 여부는 절대적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관료집단은 각기 나름대로의 위치와 소속에 따라 다른 목적을 추구하기 때문에 장 주석과 군부간에 노선상의 차이가 없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게 공 위원의 분석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중국 군부로서는 대만 문제가 걸려 있는 중국남부해안에서 눈에 가시 같은 미 해군의 정찰행위를 원천봉쇄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반면 중국지도부는 2008년 올림픽유치, 무역, 투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 등 보다 큰 그림의 대외전략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려는 듯 PBS TV 대담에 나온 제임스 릴리 전주중대사는 "이번 사건에서 중국군부는 마치 깡패(villain)같이 행동했다.

이들은 우리 정찰기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중국의 전투기를 고의로 들이받고 조종사를 실종시켰다고 상부에 허위보고해 문제해결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중국군부와 최고지도부간의 판단에 괴리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승무원 석방은 장 주석의 재가 또는 종용(?)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승무원이 석방된 시점에 장 주석은 칠레 등 남미 6개국을 순방 중이었고 석방결정은 집밖 원거리에서 내린 그의 결심에 따른 결과라고 볼 때 장 주석의 군부에 대한 지시가 실제로 먹히고 있다는 유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같은 장악력이 1백% 완벽하게 유지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워싱턴의 진단이다.

이번 미.중간 충돌국면에서 군부가 외면적으로 장 주석의 노선에 적극적인 저항을 한 것은 아니지만 불만의 잠재요인으로 남게 된 것은 사실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언론은 오늘(18일) 열릴 미.중간 협상에서는 기체반환문제가 최대쟁점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물론 정찰기가 8천만달러 짜리 고가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수리비가 이보다 더 들지 모르는 알맹이 없는 고물이고 따라서 기체반환은 중국이 오히려 "빨리 가져 가라고 할지 모른다"는 추측까지 대두되고 있다.

자존심 강한 중국인들로서도 신기한 물건 들여다 보는 원시인처럼 묘사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불쾌하게 생각할지 모른다는 분석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미.중간의 자존심 싸움이고 문제를 꼬이게 하는 것은 미국의 ''뒷간 갈 때와 나올 때 다른 모습''이다.

승무원 송환이 이뤄지자 조지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정당한 정찰행위를 의도적으로 방해(harass)한 것은 중국이고 따라서 사과를 받아야 할 쪽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며 외교적 수사(修辭)를 1백80% 바꾸고 있는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자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지만, 의회까지 가세한 미국의 적극적 공세는 승무원 송환결정을 내린 중국최고지도부, 특히 장 주석에겐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양봉진 < 워싱턴특파원 yangbong@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