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16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은 눈여겨 볼 대목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중기 재정계획의 수립, 시행이다.

기획예산처는 올해부터 매년 3개년 단위의 중기 재정계획을 수립, 국회에 제출하고 심의를 받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중기 재정계획 편성이 처음 도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날 기획예산처가 밝힌 중기재정계획 운용방안은 그 내용에 있어서 종래와는 상당히 다르다.

우선 법적근거를 예산회계법이 아닌 재정건전화특별법에 두고, 국회제출을 강제규정화하겠다는 것이다.

종래에는 정부가 작성하고 예산안 편성에 참고하는데 그쳤지만 국회심의를 거칠 경우 그만큼 중기 재정계획의 구속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채무관리 등을 더욱 일관성있게 집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운영성과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 것과 다를바 없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제도개선이라고 본다.

그러나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도개선 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중기 재정계획은 수립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자료검증 등을 통해 재정운영의 우선순위를 확립하고 최대한 실현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해왔던대로 단순한 전망 정도에 그친다면 제도개선의 의미가 전혀 없다.

또 실천적인 수단의 확보없이 균형재정 달성을 뒷받침하는 숫자놀음 정도에 그친다면 오히려 재정에 대한 신뢰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기 재정계획을 작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한정된 재원의 최적배분 원칙이다.

재정의 복지기능 확대도 불가피하지만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도외시해선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지방재정은 물론 각종기금과 사회보장기여금 등 보다 넓은 의미의 재정이 담당해야 할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 주기 바란다.

지금 우리의 재정여건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한편으로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심화된 적자기조를 될수록 빠른 시일내에 차단해야 하는 정책목표가 주어져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극심한 국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도 소홀히 할수 없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상반된 장.단기 목표를 조화시키는 것 또한 중기 재정계획이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