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보들레르(1821∼67)는 낭비와 방탕한 생활로 금치산자 선고를 받자 자살을 결심하곤 유서를 썼다.

"잠을 자야 하는 피곤함과 잠에서 깨야 하는 괴로움을 감당할 수 없어 죽는 것입니다"

보들레르는 미수에 그쳤으나 지금도 전세계에서 매년 50만명 가량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더욱이 프랑스에선 25∼34세 남자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놀라운 보도가 나왔다.

15∼24세의 자살사망률도 높아 교통사고 다음이고 35∼54세 남자 또한 매년 4천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남자가 더 높진 않지만 자살률 자체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세이상 인구의 자살충동 경험률은 24.9%, 자살시도율은 1.01%다.

통계청 자료로는 1999년 한햇동안 10만명중 16.1명꼴로 자살, 90년보다 64%나 증가해 OECD 국가중 자살사망률 5위를 기록했다.

98년엔 10만명당 19.9명이 목숨을 끊었다.

특히 남자들의 자살사망률이 늘어났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의 갑작스런 실직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대적 빈곤감, 가족해체 때문이라고 한다.

불투명한 미래, 가족의 몰이해,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25∼45세 남성 사이에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얼굴은 웃지만 속으론 절망하는) 등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자살자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입시불안, 학교폭력및 왕따, 불황으로 인한 취업난을 견디지 못한 10~20대의 자살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학력과 간판을 중시하고 낙오자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분위기 탓이 크겠지만 의지가 약한데다 폭력과 엽기로 얼룩진 컴퓨터게임 등의 영향으로 죽음을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자살은 한 가정의 크나큰 슬픔이자 사회의 손실이다.

자살자들은 대개 죽기 전 성직자를 찾거나 아끼던 물건을 주위에 나눠주는 등 자신의 결심을 드러낸다고 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 많다는 얘기다.

사회 저변에 깔린 생명경시 풍조를 척결할 방책을 속히 마련해야 함도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