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

어느 광고기획회사가 상시 교통체증시간에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봤다.

최고의 답으로 선정된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였다.

어렵게만 보이는 아인슈타인 박사의 상대성원리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1년이 1초 같다.

하지만 뜨거운 철판 위에 있으면 1초가 1년같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누구나 쉽게 수긍한다.

지금 우리는 답답하고 암울한 경제.정치환경에 놓여 있다.

포항제철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의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긴축경영''을 선언할 정도로 현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

이들 기업은 국내외 경기침체와 원.달러 상승에 따라 올해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예상실적도 하향조정했다.

정치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치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절망은 빠져들수록 헤어나기가 어렵다.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을 볼 때 우리는 모든 일이 보다 적극적이 되고 주도적 입장이 된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국부적이 아닌, 글로벌하고 거시적.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스티브 코비''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의 일곱가지 습관''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긴박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긴박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녁 때 집에 돌아와 ''긴박하고 중요했던 일들''을 돌이켜 보면 모두가 다른 사람이나 조직이 시켜서 하는 일들인 것이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문제라든지, 자녀들의 교육문제 등은 긴급하게 시간을 다투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일들은 남이 시켜서 마지 못해 하는 일들이 아니다.

자기가 능동적으로, 그리고 기꺼운 마음으로 ''해야 할 일''을 한다.

잃어버린 우리의 마음속 즐거움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인지과학자들이 말하기를 우리 인간들은 평생 뇌의 10%만 사용하다가 죽는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두뇌용량은 굉장히 커서 90%는 한번도 쓰지 않다가 죽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뇌 용량은 대단히 방대하다.

어떤 사물을 기억하겠다고 생각하고 2∼3초를 바라보면 그 사물은 텍스트인 문자파일이 아니라, 그 영상 그대로 사진 찍히듯이 이미지 파일로 찍혀 뇌에 들어가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그러면 왜 어제 시험공부를 죽어라 했는데, 다음날 시험지를 받아 보면 하얀 것은 종이고 까만 것은 글씨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인가''라고 반문할 것이다.

이는 데이터 파일은 머릿속에 있지만, 이 파일을 찾는 이른바 ''길(path)''을 잊어버려서 그렇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패스를 찾을 수 있을까?

답답한 습관영역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하는 탈습관영역(Habitual Domain) 학자들은 잃어버린 패스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즐거운 마음일 때 인간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다''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십계명을 밝혔다.

그 중에 하나는 자기가 자기자신을 부정할 땐 결코 즐거운 마음이 생기지 않고, 일에 대한 결과도 기대할 것이 없다.

이와 반대로 자기가 자기자신의 가치를 믿을 때, 일에 대해 적극적이고 결과 또한 좋게 된다고 한다.

기독교 예수의 성경과 불교 석가모니의 불경이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가진 무한한 가치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들 모두 자신의 무한한 가치를 신뢰할 때, 즐거운 마음으로 매사를 접할 수 있을 것이며, 잃어버린 머리 속의 패스를 열 수 있게 된다.

또 머리 속에 사장돼 있는 무한한 컴퓨터 용량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퍼센트를 구사하게 돼 보다 높은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게 된다.

조선시대(정조∼철종) 중국과의 인삼무역으로 당대 최고의 거부가 됐던 임상옥의 출발은 결코 장밋빛이 아니었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빚을 대신 갚기 위해 점원으로 시작하면서 조선 최고의 부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매진해 마침내 최고의 거상이 됐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번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삶을 아름답게 마감했다.

''만족''이 아니라 ''자족''을 아는 삶, 그것이 즐겁게 사는 지름길이다.

seekim@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