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무역회사 베이징(北京) 상사원인 P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마늘 때문이다.

마늘분쟁 재연으로 폴리에틸렌 수출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작년 6월 그를 괴롭혔던 마늘파동 망령이 10개월여만에 다시 살아나 엄습하고 있다.

그는 작년 마늘파동 당시 섣불리 중국산 마늘에 대해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정부를 원망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마늘협상에 대한 중국 입장을 전해 듣고는 "중국이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한다.

마늘파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작년 마늘파동 당시 3만2천t의 수입쿼터를 정하고 사태를 마무리했었다.

당시 중국은 정부가 쿼터량을 모두 사들이겠다는 우리측 제안을 거부했다.

"정부를 못 믿겠으니 민간에서 사가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1만2천t은 정부가, 나머지 2만t은 민간이 수입하기로 했다.

민간이 사주기로 했던 2만t중 1만t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던 중국은 이제 태도를 바꿔 "민간이 사가지 않은 마늘을 정부가 책임지라"며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중국정부는 한국수출 마늘에 대해 쿼터관리비 명목으로 t당 1백달러 이상 부과했다.

여기에 냉장보관료 등이 합쳐져 가격은 협상때보다 두 배 가량 뛰었다.

민간업자들이 마늘을 수입하지 않은건 너무도 당연했다.

중국은 쿼터가 소진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해, 가격을 조정하는 융통성을 보였어야 했다.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가격도 안맞는 마늘을 가져가라면 곤란하다.

국제 관례상 쿼터는 당해연도에 적용되는 물량이다.

해가 넘어가면 쿼터를 새로 정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둔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정부는 제2의 마늘파동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1만t을 모두 사주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며 마늘 먹기'' 식이다.

그러나 무슨 돈으로 살지, 그 많은 마늘을 들여와 어찌해야 할지를 놓고 각 부처가 입씨름을 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식 무역관행에 넌더리를 치면서도 그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