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유명 브랜드 제화회사에 근무하던 A씨는 중년에 접어들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경기도에 그 회사의 구두 대리점을 창업했다.

오랫동안 제화 회사에 근무했던 경력 덕분에 사업은 무리 없이 운영됐으나 갑자기 위기가 닥쳤다.

서울 인근 지역에 불어닥친 백화점 열풍이 때문이었다.

A씨의 점포가 있던 지역에도 대형 백화점이 들어섰고 같은 브랜드의 구두매장이 오픈했다.

유명 브랜드 제화나 의류는 대리점 보다 백화점이 선호도가 높다.

백화점에 매장이 열리면서 손님이 뚝 떨어졌다.

다양한 판촉 전략을 시도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 계속 매출이 곤두박질해 사업을 정리하고 말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50대 초반으로 연금만으로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이와 건강을 고려해 비교적 쉽게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을 찾던 중 도넛 전문점을 알게 됐다.

A급 브랜드는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 뿐아니라 상권에 대한 규제도 까다로워 별로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대리점을 창업했다.

도넛 전문점은 공장에서 완성된 도넛을 공급받아 팔면되고 커피정도 판매하는 것은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A씨는 시작한 사업을 6개월 만에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겼다.

A씨가 노년기를 바라보고 마지막 승부로 도전했던 도넛 전문점을 포기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브랜드 파워가 약해 고객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사업을 포기할 당시만 해도 도넛 전문점은 인지도가 낮아 손님을 끌기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가 중요했다.

둘째,상권도 좋지 않았다.

도넛 전문점은 중심 상권 정도의 유동 인구를 가진 곳,특히 여성들의 유동이 많은 자리에 점포를 얻어야 했다.

유명 브랜드의 구두 대리점과 도넛 전문점은 객단가가 다르다.

제화는 객단가가 10만원 안팎이지만 도넛은 몇 천원짜리 손님을 상대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안돼 나이 어린 여성 고객들로부터 푼돈을 받아 장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고통스럽게 여겨지기 시작했던것이다.

생계를 위해 그런 상황을 참고 있다가는 자존심마저 무너지고 만다는 판단으로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A씨의 경우 첫 번째 구두 대리점 실패는 상권 변화로 불가피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사업인 도넛 전문점에서는 실패를 방지할 수 있었다.

사업이란 운영상의 문제점과 창업자금, 사업자의 건강 상태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적성 또한 중요하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천리안 GO 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