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남공단에 있는 프레스가공업체인 Y사는 돈 가뭄 속에서 사채를 끌어썼다가 부도를 맞았다.

대우전자에 연간 20억∼30억원어치의 물량을 납품했던 이 회사가 어려운 처지에 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대우 부도의 여파로 연매출은 5억원대로 뚝 떨어졌고 향후 성장세만을 믿고 대규모 시설투자를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언젠가 경기가 회복되리라 믿었던 김 모 사장은 갖고 있던 땅과 집까지 처분하는 등 몸부림쳤으나 소용이 없었다.

정부의 중소기업 특례보증제도 등을 믿고 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허사였다.

결국 사채을 쓴지 꼭 석달만에 김 사장은 70억원의 부도를 내고 도피자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제는 김 사장과 같은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는데 있다.

광주에서 사채업을 하는 박모씨는 "금융회사들이 대출세일에 나선다고 주장하지만 요즘들어 돈을 빌리겠다는 문의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요즘처럼 어려울수록 기업의 자금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의 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돈가뭄 현상은 서민 가계에도 주름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아파트 전세금이 크게 오르면서 세입자들은 목돈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마땅히 돈 빌릴 금융회사가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얼마 전 자녀교육을 위해 전남 강진에서 광주로 이사온 김모씨는 24평 아파트 전세금을 2천1백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집주인 요구에 고민하다 1년만에 강진으로 되돌아갔다.

돈을 빌려보기 위해 여기저기 금융회사를 기웃거렸으나 보증인과 담보를 요구하는 바람에 광주살이를 포기한 것.

특히 지역중소기업의 경우 경기침체에다 거래할 금융회사가 없어 돈 구하기에 초비상이 걸렸다.

규모가 영세할수록 매출도 크게 줄어 당장 결제할 자금을 구하기가 난감하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 업체는 금융회사가 요구하는 담보도 없어 최후수단인 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사채는 워낙 고이자를 요구하고 있어 일시적으로 한숨 돌릴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악화된 경영상태를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방 금융회사의 붕괴는 그 지역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부담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