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금융회사들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안전하다고 아무리 외쳐대도 고객들은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다.

지난해 자본금 전액을 감자(자본금 줄임, 減資)하고 우리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된 광주.경남은행 등은 고객이자 주주인 지역주민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전북.대구은행 등 독자생존을 선언한 지방은행들도 올 1분기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좋지 않다.

상호신용금고 등 서민금융기관들은 잇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여파는 지방소재 기업과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영남권 =대구 경북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로 남아 있는 곳은 대구은행이 유일하다.

대동은행 대구종합금융 경일종합금융 영남종합금융은 퇴출됐다.

동양투자신탁은 삼성증권에, 조선생명은 현대생명에 흡수합병됐다.

서민들이 주로 찾고 있는 상호신용금고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1997년말 32개에서 현재는 14개로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지역금융회사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부산 경남지역도 마찬가지다.

동남은행은 퇴출됐고 7개에 달하던 종금사는 모두 문을 닫았다.

당시 이들 종금사와 거래했던 2천여개 기업들은 자금조달창구가 막혀 연쇄부도를 내기도 했다.

40개였던 상호신용금고도 지금은 25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이 지방금융이 위축되면서 부산지역에는 2백여개 사설금융회사들이 난립, 서민들에게 고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자금을 떼먹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이 지역은 부산과 마산 창원 포항 대구 등 공단이 많이 위치해 있지만 지방 금융회사의 몰락으로 이들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충실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지방 금융회사가 전국 여.수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며 "지방 금융회사의 몰락으로 지방기업에 적절히 자금배분을 하지 못하는 경제의 악순환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충청권 =외환위기 이후 충청은행은 하나은행에, 충북은행은 조흥은행에 흡수합병됐다.

지방에 근거를 둔 은행이 모두 사라졌다.

그나마 지역내에 있던 2개 종금사도 모두 문을 닫았다.

상호신용금고 역시 28개에서 14개로 절반이 청산됐다.

충청지역은 특히 수도권과 지역적으로 가까운 특성 때문에 서울소재 금융회사들이 많이 진출했다.

지역내에 은행이 사라지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지역의 경우 전체 예금규모는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지역 중소기업과 주민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3조7천1백10억원으로 97년 3조9천6백60억원보다 2천5백억원 가량 감소했다.

지역내 수신액이 전체 금융기관 수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6.3%에서 2000년말 5.7%로 줄어들었다.

◇ 호남권 =은행으로는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있긴 하지만 지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종금사도 2개에서 1개로 줄었고 상호신용금고도 외환위기 이후 29개에서 18개로 감소했다.

이밖에 신용협동조합 등 서민금융을 취급하는 곳중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

더구나 취약한 지역 경제기반 때문에 지방 금융회사의 수신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있다.

호남지역 전체금융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아들이는 돈은 전국 수치와 비교할 때 6.7%로 97년말 7.3%보다 낮아졌다.

◇ 강원권 =향토 금융회사는 아예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방금융 불모지다.

종금사는 처음부터 없었고 하나 있던 강원은행마저 조흥은행에 합병됐다.

상호신용금고는 7개에서 2개로 줄어들었다.

이 바람에 신용금고 등 비은행 금융회사의 여신은 지난해 1천1백37억원 줄었다.

더욱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각 금융회사들이 점포수 마저 줄여 지난해 45개가 문을 닫는 등 기업이나 개인의 금융회사 접근은 더욱 어려워졌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