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대형 산불 등으로 산림행정의 전문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는 요즘 산림청에 대한 잇따른 낙하산 인사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산림청 직원들은 지난해 신순우 청장과 올 1월 기획관에 이어 지난 9일 퇴임, 공석이 된 차장 자리마저도 농림부에서 모 인사가 내려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제 어떻게 일하라는 거냐"며 일손을 놓은 채 허탈해 하고 있다.

산림청 직원들은 "그렇지 않아도 대형 산불로 인해 민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는 시점에 평생을 산림행정에 몸바쳐 온 전문가들을 하루 아침에 내몬 채 문외한들로 산림청 수뇌부를 구성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다.

65%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국토의 특성상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림행정은 매우 중요시돼 왔다.

때문에 그동안은 대부분 산림 전문가들에 의해 체계적인 행정이 이뤄져 대형 산불에도 발빠르게 대응하는 등 그나마 알찬 산림행정을 펴올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도대체 산림행정에 대해 일반 상식 정도만 갖춘 사람들로 산림청의 수뇌부를 짜놓고 뭘 어쩌자는 거냐" "무차별 낙하산 인사로 인해 30년 노하우를 가진 산림행정 전문가들이 내몰리는 상황을납득할 수 없다"며 분개하고 있다.

사실 외부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비전문가들로 인해 산림청은 그동안 활발하게 추진돼 오던 토착식물 등을 이용한 신물질 개발사업들을 중단되는 등 알게 모르게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온 바 있다.

엄청난 부가가치가 기대됐던 산삼복제 기술 등도 사업화를 눈앞에 두고 수억원의 국고만 낭비한 채 사장돼 버렸다.

산림청이 항암제 택솔개발에 이어 21세기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점 추진해온 토종 자생식물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에게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낙하산 인사로 인해 산림청이 나무나 심고 산불이나 끄는 부서에서 21세기 국가경쟁력 확보의 핵심에 설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살리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대전=백창현 사회부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