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원들이 여신처 확보를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지만 돈을 빌려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큰일입니다. 지금 지방금융권에선 살아남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산의 부민상호신용금고 구형우사장은 "지역경제가 침체기로에 빠져들면서 이 여파로 지방에 있는 금융회사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이대로 그냥 내버려두면 지방 금융의 황폐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용금고를 비롯한 서민금융회사 중심으로 틈새 시장을 노린 갖가지 대출신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그만큼 영업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적 올리기가 만만치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부민금고의 예금고는 12일 현재 4천1백50억여원으로 이 가운데 3천6백30억여원이 대출 등으로 나가있다.

예대율(수신중 여신 비중)이 87%로 지방 신용금고들 중에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러나 유가증권 투자나 MMF(머니마켓펀드) 등으로 여유 자금을 운용하려고 노력하지만 남아도는 자금이 만만치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현재 예대율이 70%를 약간 웃도는 지방 신용금고들이 허다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구 사장은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할인어음 물량 자체가 줄어든데다 지방소재 기업의 신용도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고 있어 기업대출 시장이 위축돼 있는 것이 금고 경영을 가장 어렵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각 금융회사들이 개인을 겨냥한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이어져 개인 파산이 늘어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쓰러져 가는 지방금융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신용금고 업계의 경우 상호저축은행으로의 명칭 전환을 하루빨리 서둘러 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간판만 바꿔줄 것이 아니라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업무를 허용해 줘야 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신용금고가 상호저축은행으로 전환될 경우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들에 할인해 준 어음을 한국은행이 재할인해주는 길을 열어줘 자금순환을 돕는 방식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