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일본 가전업체들이 "일본역사교과서 왜곡사건"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판매확대를 위해 본격적으로 마케팅활동을 펼칠 계획이었으나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으로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일본 상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소니 JVC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 국내에 진출한 일본 가전업체들은 지난 10일 각각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마케팅전략 회의에서 "시민단체의 동향을 살피고 경쟁업체가 전략을 수정하는지 여부를 예의주시한 뒤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전했다.

수입 전자제품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도 "올해 TV와 신문 등 4대 매체를 통해 이미지 광고를 계획했던 소니와 파나소닉이 광고 개시 시기를 놓고 고심중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상품광고만 해온 소니는 5∼6월중 기업 이미지 광고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TV와 지하철 상품광고를 시작한 JVC도 당분간 광고를 자제하기로 했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눈에 띄게 움직이면 도리어 반일감정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숨죽이는 게 상책이라는 것.

일본 가전업체들은 99년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친 수입선 다변화품목 해제 조치 이후 한국법인을 일제히 설립했다.

일본 3위 가전업체 JVC는 작년 10월,디지털 카메라로 유명한 올림푸스는 지난달 20일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파나소닉은 나쇼날파나소닉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일본 가전업체들은 당초 한국내 가전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7∼8%에서 2002년에는 10%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이 이들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에 대해 수입가전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일본 태생 업체는 주기적으로 살아나는 반일감정에도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