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기업의 대명사로 꼽히던 두산그룹에서 ''외인부대 CEO(최고경영자) 3인방''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리콤 전희천 사장과 두산 생활산업부문 한승희 사장,식품부문의 백승래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들.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 두산에 합류한 이들은 각자 맡고 있는 사업부문에서 매출과 순익을 2년 연속 20∼30% 가량 증대시키는 등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순혈주의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혼혈 조직으로 변신한 두산의 경영시스템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금강기획 전무에서 99년 오리콤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희천 사장은 ''투명경영 자율경영 창조경영'' 등 세 가지 경영원칙을 제시하고 1년 만에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영입한 직원들로 채웠다.

광고회사다운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 달에 하루 알아서 쉬도록 하는 ''로빈슨 크루소 데이''를 신설하는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회사 성장으로 이어져 오리콤은 2년 연속 광고업계 최고의 성장률과 단기간 최고 신규 광고주 개발실적을 올렸다.

오리콤은 지난해 매출액이 6백2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7% 성장했으며,영업이익도 목표치를 넘어 전년 대비 22% 늘어난 59억원을 올렸다.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전 사장은 지난해 연봉 외에 성과급으로 국내 최고 수준액을 받았다.

3명 중 가장 먼저 두산에 영입된 한승희 사장은 외식업체인 KFC와 폴로(POLO) 의류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 사장 역시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생활산업을 매년 30∼40%씩 성장시켜 왔다.

그는 최근 다국적 식품업체인 네슬레와 유럽풍 테이크아웃(take-out) 커피전문점인 ''카페네스카페'' 국내 영업권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인천국제공항 식음료 사업에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특히 카페네스카페는 ''걸어다니면서 즐기는 커피''를 컨셉트로 내걸어 젊은층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두산 생활산업부문의 매출액은 27% 늘어난 2천5백75억원,당기 순이익은 68% 신장된 2백3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대표적인 식품유통 전문가로 꼽히는 백승래 사장은 제일제당에서 99년 두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공장과 매장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현장경영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사내 게시판과 e메일을 통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직원들과의 유대감을 높이는 데 힘썼다.

두산 식품부문은 지난해 전년보다 16% 늘어난 2천4백89억원 매출에 21억원의 순익을 냈다.

99년 26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

식품부문의 올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24% 증가한 3천2백58원이다.

김진 홍보담당 상무는 "두산은 박두병 회장이 타계했을 때인 73년부터 8년간 정수창 회장에 의해 운영된 적이 있다"며 "앞으로도 능력 있는 CEO들이 맹활약할 수 있는 여건을 계속 열어준다는 게 그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