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에 빠진 건강보험공단이 거액의 퇴직위로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고, 공단산하 최대 노조인 사회보험노조가 파업을 결의해 물의를 빚고 있다.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1천여명을 퇴직시키면서 최대 45개월치의 기본급(총 4백50억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가운데 사회보험노조는 두자릿수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결의하고 나섰다.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건강공단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재정이 거덜나 천문학적 국고지원과 금융기관 차입으로 연명하고 있는 처지에 거액의 ''퇴직금 잔치''를 벌이려 한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의약분업에 따른 정책혼선과 의보재정 위기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마당에 무슨 염치로 거액의 퇴직위로금에다 두자릿 수 임금인상 운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여기에다가 사회보험노조가 평일에 파업 찬반투표 참가를 위해 직장을 이탈했다는 것은 공공기관 종사자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직업윤리 마저 팽개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더 한심한 것은 보건복지부의 태도다.

주무부처로서 감독권을 행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체 규정에 따라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강건너 불보듯 하는 자세는 무사안일의 표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수 많은 사람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을 당했지만 어느 누가 45개월분이나 되는 위로금을 받았는가.

공기업 등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명예퇴직금 규정을 개정했는데 왜 유독 건겅보험공단은 이렇게 방만한 명예퇴직금 규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단 말인가.

주무부처로서 산하기관의 개혁을 제대로 독려하지 못한데 대해 복지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더욱이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에도 9백60여명을 명예퇴직시키면서 현재 추진중인 방식으로 4백67억원의 위로금을 지급해 물의를 빚었는데도 주무부처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의보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국고보조나 의보료 인상을 논하기에 앞서 건강보험 공단부터 개혁해야 한다.

4대 의보통합으로 유휴인력이 남아 돌고 이를 정리하기 위해 퇴직금 잔치나 벌이면서 국고나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건강공단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보험재정의 5∼6%나 되는 관리비를 대폭 줄여도 국고보조나 의보료 인상에 동의할까 말까한 것이 지금의 국민정서라는 것을 똑바로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