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이공계 신입생의 수학실력을 테스트한 결과 7.7%가 1백점 만점에 30점도 못받았다는 얘기는 충격적이다.

이 가운데 5.5%가 수능시험 수리탐구I 만점자라는 소식은 더욱 기가 막힌다.

결국 30점 미만자에겐 특정과목 수강자격을 주지 않고 보충수업에 해당되는 과목을 개설했다고 한다.

기초적인 미적분조차 못푸는 학생이 있어 도리없이 취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형편없다는건 사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6월 전국 88개 중학교와 92개 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수준 교육성취도 평가연구''를 보면 중학생의 38.1%, 고교생의 32.4%가 학교의 수학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기 힘든 기초학력 부진아로 나타났다.

고교생의 수학 평균은 50점도 안됐다.

초등학생(3학년)들의 수학실력은 세계 1위, 중학교 1ㆍ2학년생은 세계2위라는 국제교육성취도평가회의(IEA) 자료와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처럼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실력이 떨어지는건 중ㆍ고교 교육방식 탓이라고 한다.

유아기 때부터 수학공부를 시키는 부모들의 조기교육열 덕에 괜찮던 실력이 입시준비를 위해 원리는 제쳐둔 채 문제풀이만 시키는 중ㆍ고교를 거치는 동안 형편없어진다는 얘기다.

21세기 들어 수학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인터넷 컴퓨터 생명공학등 국력을 좌우하는 첨단기술은 수학자들의 지원없이 개발이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유네스코가 새천년 첫해인 2000년을 수학의 해로 정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평준화교육과 쉬운 수능을 강조, 문제유형과 답을 달달 외워 2∼3분에 한 문제씩 푸는 수능시험 수준 수학에 익숙해지도록 함으로써 기초학력 저하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수학만 못하는게 아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중학생의 경우 영어 32.2%,국어 40.9%, 사회 61.9%, 고교생은 영어 38.3%, 국어 44.2%, 사회 45.1%가 기초학력 부진아다.

평준화교육 4반세기만에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는 이 땅의 현실이다.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