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들이 배워야 하는 필수과목 중엔 "쉬운" 과목도 더러 끼어있다.

"리더십과 팀웍" "윤리학" 등이 그것이다.

특별히 새로운 것을 배우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쉽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적 올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오히려 뻔한 주제를 갖고 미국인들과 토론이나 논쟁을 벌여야 하므로 더 어렵다.

"리더십과 팀웍"에선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영진들이 갖춰야할 덕목들이 주요 토의 소재로 다뤄진다.

오프라인의 전통기업과 온라인의 디지털기업에서 필요한 서로 다른 리더십에 대한 연구등 새로운 것도 선보이지만 "리더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특징과 한계" "글로벌 리더십" "성과 높은 팀웍이란" 등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윤리학"도 마찬가지다.

내부거래, 해고, 뇌물과 로비, 환경 이슈, 독과점 문제 등 상식적인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반응도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이런 과목을 재무 회계 전략 등과 똑 같은 시간을 투입하며 배워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중평이다.

"고객"들의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미국 비즈니스 스쿨들은 앞으로 이런 과목을 더 많이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MBA들을 도덕적으로 재무장시켜야할 필요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70년대만 해도 구색용이었던 이들 과목들이 필수가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지난 80년 미국 대법원이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를 유죄로 판결한 이후 투자은행, 컨설팅펌 등에 근무하며 이런 유혹에 빠지기 쉬운 MBA들에게 경종을 울릴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앞으로도 M&A(기업인수 및 합병) IPO(기업공개) 등 MBA들이 관여하는 "돈 되는 일"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돈 보다 더 숭고한 가치"에 대한 교육은 더 중요해진다.

둘째로, MBA들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독선적이고 거만하며 자신의 대안만을 고집하는, 즉 기존 사원들과의 화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그것이다.

이는 예비 경영자를 양성한다는 설립취지가 퇴색하고 "분석 전문 기능인"을 양성하는 곳으로 MBA스쿨이 자리매김되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인 셈이다.

비즈니스스쿨들은 이에 따라 관련 과목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각종 학습 및 과외활동에서 학생들이 리더십과 팀웍의 가치를 직접 경험하고 그 기술을 키우는 기회를 확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 저명 인사 등 성공한 리더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자주 갖는 것이나 학생회에 학교 의사결정 과정에 상당 부분을 일임하는 것 등이 예다.

대부분 학교들이 1학년 때는 5,6명으로 스터디팀을 구성해 1년간 주요 과목의 프로젝트와 과제, 발표를 함께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셋째, 기업들이 다국적화되면서 문화차이를 제대로 알고 팀웍에 강점이 있는 인재양성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과도한 수업부담, 다양한 과외활동 그리고 성적을 높이기 위한 경쟁 등으로 마음의 여유들이 없어져 그냥 내버려 두면 백인은 백인끼리,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끼리 몰려다니며 2년을 끝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고액연봉으로 가는 사다리로 MBA 과정에 들어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간판" 하나만 따면 그만 이라며 나태해지기도 쉽다.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동료들과의 리더십 갈등도 경험해보고 팀웍이 주는 시너지 효과도 맛볼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비즈니스 스쿨을 다닐 때는 물론 졸업을 한 뒤 벌어지는 극심한 경쟁 환경은 MBA들이 개인주의로 빠지게 하는 경향이 있다.

살아남기 위해 "믿어야할 것은 나뿐"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하는 강박관념 같은 것 말이다.

리더의 책임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MBA스쿨들의 노력이 이런 위험을 다소나마 줄여주고 있다.

한경닷컴 주미특파원. 와튼스쿨 MBA재학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