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 과학기술부 장관 kyh21@kyh21.com >

언제부터인가 나는 시간이 나면 그림동화책을 한 권 써 봐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몇년전 아이들과 함께 쓴 ''똥 먹는 아빠''라는 동시집이 좋은 반응을 얻고 나서부터였다.

그런데 예전에 아이들과 읽은 적이 있는 ''강아지 똥''이라는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가 연극이 되어 대학로에서 올려진다고 한다.

어떻게 ''강아지 똥''이 연극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결혼 후 신촌에서 ''알서림''이라는 서점을 5년쯤 경영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과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지금 살고 있는 안산에서 어린이 전문서점 ''책의 기쁨''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때 ''강아지 똥''과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외국 그림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봤다.

그 후에도 제목에 ''똥''자가 들어가는 아이들 책이 꾸준히 발간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동시집 제목을 ''똥 먹는 아빠''로 하기로 했다.

''똥 먹는 아빠''는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왔다.

''어젯밤 텔레비전을 보니/붉은 머리 뱁새 아기 새가 똥을 싸자마자/어미 새가 얼른 먹어치운다/냄새가 나면 천적인 다른 새가/채 갈까봐 그런 다나/아마도 우리를 누가 잡아가려고 한다면/아빠도 우리 똥을 먹고 말 거야/암 먹고 말 거야''

몇달전 정당의 대변인이 되어 집에 돌아온 날 딸아이들이 내게 "똥인 왔다. 대변인이니까 똥인이다"하고 놀렸다.

"아! 요놈들이 벌써 내가 남의 험담이나 하고 박 터지게 싸움질이나 할 것을 알았단 말인가"

그 이튿날 자민련에 갔다가 변 대변인을 보고 킥킥 웃었다.

그 분을 우리 아이들이 보면 ''똥똥인''이라고 놀리지 않겠는가 하고 동시를 써서 함께 웃은 적이 있었다.

KIST의 박완철 박사는 지난 6년 동안 미생물을 이용,분뇨를 처리하는 ''바이오 메카''라는 벤처를 성공시켜 이제는 월급 외에 연봉 1억원을 더 받는 교수가 됐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똥박사가 되었다고 한다.

며칠 전에 그를 만났다.

그나 나나 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이구나 하며 함께 웃었다.

요즘 많이 뜨는 생명공학(BT) 환경기술(ET)도 어쩌면 똥과 같이 우리들의 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보잘것 없고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