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랑하는 현대 철학자중 한 사람인 나카무라 하지메(中村 元)는 인도 중국 일본 티베트의 불교사상 연구를 통해 각 민족의 사유방법의 특징을 체계화한 세계적 학자다.

그가 62년 펴낸 ''일본인의 사유(思惟)방법''은 일본인 특유의 사유체계를 분석한 명저로 지금도 판을 거듭해 오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절대자인 신까지도 현상세계에서 파악하는 현실 긍정적 사고방식과 천황절대숭배, 논리학의 미발달로 단순한 상징만을 좇는 사고를 일본인의 특징으로 꼽았다.

나카무라는 황국사관에서 나온 국가지상주의가 메이지유신 이후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고대부터 형성된 것임을 논증했다.

앞으로도 ''천황의 신민''이라는 의식이나 국가중시적 경향이 사라진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고 보았다.

이런 식의 사유가 급기야 보편적 합리주의를 무시하고 직관적 행동주의로 나서게 했으며 그것이 과거 일본이 저지른 과오의 원인이었고 아직도 일본의 위험은 여기 있다고 그는 경고하고 있다.

나카무라의 경고가 적중한 것일까.

지구촌이 변해 세계가 한 울타리 속에 살아가는 지금도 역사를 왜곡해 가면서까지 후세들에게 자국의 오만한 자존심을 지켜 가도록 하겠다는 것이 일본이다.

어느 나라나 국사교육의 목적은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는 지적 정직성을 함양시키는데 있다.

세계사의 맥락속에서 자국의 과거와 현재를 똑바로 알아야 합리적 판단과 비판적 분석력도 생긴다.

일본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무이론의 직관적 행동주의로 빠져드는 것일까.

일본사회가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의 하나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거는 있었던 그대로의 과거여야 한다.

현재의 사회적 목적으로 왜곡된 과거여서는 안된다.

민족의 기원을 조작하고 선조의 업적과 과오를 미화하거나 합리화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정치선전의 수단일 뿐이다.

한국이나 중국의 거센 시정요구를 접하고 있을 멋모르는 일본 중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그 내용이 교과서 노릇을 톡톡히 할 것 같아 보기에도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