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2000년 과외비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새삼 ''과외 망국론(亡國論)''이 피부에 와닿는다.

각종 교육개혁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국 초·중·고생의 총과외비는 7조1천2백76억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5.2% 늘어났다.

이는 교육예산의 31.4%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치원생 교육비나 육성회 기부금,교재구입비 등을 감안하면 사교육비는 가히 천문학적 규모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과외비의 규모도 규모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정부의 교육개혁정책들이 오히려 과외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교육당국이 추진해온 보충수업 폐지,대입 특별전형 확대,특기적성교육 등의 정책들은 나름대로 학과목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들이다.

그런데도 과외비 지출이 늘었다는 것은 이같은 개혁조치들이 현실과는 동떨어진채 겉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또한가지 우려할 만한 현상은 과외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외를 받는 학생의 비율은 줄었지만 전체 과외비용이 늘었다는 것은 고액과외가 성행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놓고보면 앞으로 공교육 위기가 치유되기는 커녕,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극심해지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교육에서도 불평등을 심화시켜 장기적으로 지역별 계층별 학력차를 확대시켜 놓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교육체제로는 과외비 부담을 줄일 수 없음이 명백해진 이상 정부는 전면적인 교육시스템 개편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한경쟁시대에 맞게 교육시스템의 다양화와 함께 창의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획일적인 평준화정책을 지양하고 교육자체를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내부의 자율적 기능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울러 소외계층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