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언제 열릴까.

잘 생기고 부자인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열릴까.

글쎄….

매너좋고 똑똑한 사람을 만나면 마음의 문이 열릴까.

아닌 것 같다.

똑똑한 사람이 이기적이면 위험하고,남 때문에 부자가 된 사람이 남을 배려할 줄 모르면 숨이 막힌다.

그러면 사람의 마음은 언제 열릴까.

바로 ''나''를 사람으로 대할 때다.

아부하지도 않고,거들먹거리지도 않고,먹은 맘 없이 편안하게 다가올 때,사람은 그 때 무장해제하고 마음의 문을 연다.

무조건은 마음을 열지 않는 것,그것이 생존의 기본조건이니까.

우리에 대해서,역사에 대해서 왜곡된 교과서가 일본의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을 옆에 두고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좀더 무장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일본이 이상하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들을 징용으로 끌고 다니고,내 아버지의 형님들을 징병으로 끌어냈으면서 잘못한 게 없다니.

내 어머니의 언니들을 전쟁터로 끌고가 하루에도 수십명의 군인들을 받아내게 했으면서,그런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니.

일제시대 때 이 땅의 백성들은 세명 중 한명이 범법자였단다.

지키지 못할 법을 만들어놓고 명분상은 ''법치''라며 이 땅의 백성들을 섬나라의 종으로 마구 부린 36년간의 통치가, 한반도의 전통을 끊어먹고,한반도의 아들·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 그 강제 통치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한 거란다.

마치 노예에게 밥을 줬으니 노예로 부린 것이 아니라 먹여살린 거라고 믿는 이상한 인간 같다.

피해자의 상처는 분명한데 상처낸 가해자는 멀뚱멀뚱,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는 표정이면?

그런 가해자가 ''동반자''라는 말로 미래를 함께 하자고 눈웃음 친다면 그 웃음 뒤에 감춘 것은 무엇일 건지 의심해봐야 한다.

나는 우리 정치인들이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동반자''라며 환하게 웃는 일본정치인들의 웃음을 믿지 않고 그들이 선택한 교과서를 믿기로 했다.

거기에 그들의 본성이 있으므로.

1895년 10월 명성황후 민씨가 살해된다.

일본의 미우라 공사가 전담한 사건이었다.

사실 한 나라의 황후를 살해한다는 것은 전쟁을 할 일이다.

그것은 그 나라를 침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니까.

분명 현직 일본공사의 소행이었는데도 일본은 일본의 공사가 한 그 일이 일본과는 무관하다며 발뺌했다.

그 이후 을사5조약,한일합방을 거쳐 우리의 주권이 완전히 넘어간다.

1876년 강화도조약에서 1965년 한일회담까지 단 한번도 평등한 적이 없는 역사가 일본과 우리와의 역사다.

일본과의 모든 조약은 불평등조약이었고,때로는 원천적 무효의 성격이 강한 불법 조약이었다.

그런 일본이 이제는 그 과거를 왜곡한다.

모두 다 아시아 해방을 위한 대륙진출이었다고.

역사는 왜 배우는가.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꽃씨가 바람에 날려 씨를 퍼뜨리는 것처럼,역사는 사람의 손길을 타고 의식에 터를 잡는다.

의식의 터를 잡을 역사가 왜곡되면 교육이 왜곡되고 사람이 왜곡된다.

왜곡된 사람과 관계를 가지면 그 관계는 비틀릴 수밖에 없다.

일본왕을 ''천황''이라고 부를 수 없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천황''이야말로 제국주의 상징일테니까.

정부는 일본대중문화 추가 개방을 재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이미 개방된 일본 대중문화 시장도 전면 재조정돼야 한다고.

일본이 왜 ''이제야'' 교과서를 다시 쓰는가.

우리가 일본문화를 전면 개방한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문화시장이 거의 완전히 개방된 지금,더 이상 우리에게 받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 받았으니까 우리가 조금 시끄러워도 견딜 수 있다는 뜻이다.

여태껏 우리와의 모든 조약에서 그랬으니까.

이제는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

사실 대중문화를 개방한다는 것은 미래를 같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판이한데 미래를 함께 한다는 건?

그건 과거를 반복해도 좋다는 의미일 수 있다.

늘 우리를 침략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일본과 제대로 된 과거청산 절차 없이 미래를 함께 한다는 건 또다른 형태의 침략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JA1405@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