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의 바로미터인 환율 금리 물가 주식가격이 매우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환율은 30개월래 최고 수준인 1천3백50원대에 이르렀다.

국고채 금리는 올해 초의 5%선에서 6%대 후반으로 진입했다.

물가는 3월까지 벌써 2% 가까이 상승했다.

종합주가 지수는 5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이같이 불안한 상황을 촉발시킨 것은 일본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다.

미.일 양국 정부 사이에 일본경제의 회복수단으로 엔화약세가 묵인됐다는 소문과 함께 엔화투매 현상이 발생했다.

또 미국 경기가 급랭하면서 우리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3월 중 우리 수출은 2년 만에 감소해 전년 대비 0.6% 줄었다.

정부는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경기진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금리인하다.

재정경제부 KDI는 한국은행에 대해 금리인하를 반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물론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서는 부정적 입장이다.

작금의 금리논쟁에 대해 몇가지 짚어볼 것이 있다.

우선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가이다.

실업감소와 사회안정을 위해서는 경기부양이 필요하다.

문제는 물가다.

올들어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원화의 평가절하로 물가는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양은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는 어차피 오를 것이다.

당장 대량 실업의 발생으로 사회가 불안해지는 것보다 물가안정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가상승으로 가계는 괴롭겠지만 기업은 실질 부채를 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국제수지다.

세계경제성장의 둔화로 원화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오히려 줄고 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25억달러에 이른다.

작년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은 수치다.

이같은 규모의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국내경기 위축으로 수입이 작년 동기 대비 8.8%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경기가 회복되어 수입 감소세가 멈추면 경상수지는 곧바로 적자로 반전할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일본과 대만이 금융부문이 취약했는데도 외환위기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와 이에 따른 막대한 외환보유고에 있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경상수지 흑자와 충분한 외환보유고의 유지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는 급격히 하락할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대규모로 이탈하고 원화의 또 다른 급격한 평가절하가 이뤄지며 금리는 재상승하게 된다.

세계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원화가 평가절하된다고 수출이 느는 것도 아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고 하자.

그러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가.

답은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해 보았자 정작 중요한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우리 금융시장은 아직도 신용경색 상황이다.

아무리 금리를 내려봐도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는 돈이 안간다.

조금만 리스크가 있어도 그 회사의 회사채는 시장에서 거래가 힘들다.

투자적격등급인 BBB- 등급의 회사채도 5%포인트 이상의 가산금리를 물지 않고는 소화되기 힘든 실정이다.

투자자가 최소한의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는 투자증대가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금리인하의 경기활성화 효과도 불분명하다.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금리인하가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자금경색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실한 기업의 구조조정이 신속히 진행되고 수익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국내금융기관의 자금 수혈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기업중에서 해외매각이 가능한 기업은 헐값에라도 신속히 매각해야 한다.

금리인하 논쟁은 자금시장만 혼란시켜 금리, 나아가 경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hongecon@cau.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