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본지 3월12일자 다산칼럼)에 이어 교육문제를 한번 더 다루고자 한다.

교육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지식경제라 부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올바른 교육정책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란 지식이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되는 체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다음 세가지 조건은 모두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 지식이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한다.

둘째, 예전과 달리 환경은 급변하므로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뒤처진다.

셋째,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자신의 핵심역량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력있는 사람이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가?

다음의 두가지 경우를 가정해 보자.

타입1은 많은 기초지식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조그만 실수도 거의 하지 않는다.

타입2는 쉬운 것을 때때로 틀리기도 하지만 고급지식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다.

어떤 타입이 더 바람직한가?

정답은 둘 다이다.

현재의 지식경제에서는 이러한 두가지 타입이 다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 두가지의 능력을 모두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학은 학생을 선발할 때 이 두가지의 능력을 모두 테스트할 수 있게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해에 수능시험이 쉬웠다고 금년에는 어렵게 낸다고 한다.

타입 1이 아닌 타입 2의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얘기다.

몇년 후에는 다시 타입 1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것을 반복해 왔으니 교육정책이 일관성 없다고 비난받아온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미국의 SAT는 시험 난이도가 매년 바뀌지 않는다.

그대신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골고루 출제한다.

이같은 두가지 형태의 문제가 다 중요하고 또한 두 형태를 다 잘 풀 수 있는 학생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시험문제를 잘 내더라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필기시험만으로는 검증하기 힘든 또 다른 차원의 학습능력이다.

바로 문제해결(problem-solving) 능력과 의사소통(communication)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을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라 할 수 있으며, 앞에서 말한 타입 1, 타입 2의 하드 스킬(hard skill)과 구별된다.

소프트 스킬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례분석을, 의사소통능력 개발을 위해서는 그룹 프로젝트를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교육방법은 교실에서 이루어지고 성적에 반영될 수는 있지만, 대학입학을 위한 필기시험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내신성적을 대학 입학사정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중고등학교에선 이러한 소프트 스킬 대신 하드스킬 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내신성적을 반영하면 수능시험의 하드스킬과 중복될 뿐이다.

오히려 고등학교 차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일률적 배분방식은 혼란과 불평등을 야기시킬 뿐이다.

하드 스킬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고 소프트 스킬은 지식을 프로세스하는 것이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많은 지식을 습득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지만, 현재와 같은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자기 지식이건 남의 지식이건 어떻게 효율적으로 프로세스해서 문제해결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몇년 동안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기업의 대부분은 이러한 지식프로세스 면에서 핵심역량을 갖추고 있다.

과거에는 한번 획득한 지식은 가능한 남에게 숨겨 경쟁력을 제고했으나,이젠 이같은 지식은 남에게 알려주고 이를 통해 스스로 더 높은 효율성을 추구하게 됐다.

현재 갖고 있는 지식을 보호하려고만 한다면 금방 경쟁력을 잃게 마련이다.

특허를 내도 결코 완전할 수 없다.

지식경영의 핵심은 지식의 획득이 아닌 지식의 프로세스다.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전인교육, 창의성 있는 교육 등 막연한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가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을 원하는 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 선진국을 적당히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제도의 내용을 정확히 연구해서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hcmoon@sias.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