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최근 아시아 각국의 경제 관료들이 금융 위기와 관련, 베이징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들은 1년전만 해도 빠른 경제 회복을 자축하며 즐거워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일본 경기가 침체되면서 아시아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발 세계공황에 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온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도 휘청거리고 있다.

터키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의 반복되는 위기는 신흥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아시아 지역의 통화, 주식 시장, 경제 성장률 전망은 모두 하향 조정됐다.

몇몇 비관론자들은 제2의 위기가 가까이 있다고 경고한다.

사실 실물경제는 1997∼98년 만큼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 정부는 미국 경기가 좋을 때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곧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는 미국 경기 동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은 그들 국내총생산(GDP)의 37%를 미국에 대한 수출로 채우고 있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수출의 대부분이 미국 기술 산업과 관계돼 있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품의 80%가 정보통신(IT) 산업과 연관돼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한국 등은 미국 첨단 산업 붕괴의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운용하는 아시아 경제회복 정보센터(ARIC)는 최근 대미 수출 둔화에 맞추어 아시아 각국의 GDP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전자제품 수출 감소가 GDP 성장률을 2%나 까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지난 95∼96년에는 반도체 판매량이 49%, 전자제품 수출이 34% 줄어든 바 있다.

보고서는 올해 반도체 판매량이 72%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96년 당시 아시아 국가들은 대미 전자제품 수출 부진 등과 미국 달러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아시아 여러 나라는 달러에 대해 고정환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것이 이듬해인 97년 아시아 경제 위기를 가져오는 한 요인이 됐다.

지금 상황은 여러가지 점에서 당시와 유사하다.

그러나 달라진 점도 있다.

예를 들면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를 제외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더이상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고 있지 않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할 수 있다.

또 외국자본이 주식시장이나 금융기관에서 갑자기 빠져 나갈 가능성도 적어졌다.

주식 시장이 시가 총액 면에서 외환 위기 이전 상태를 훨씬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회복세는 세계 경제의 급속한 냉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위기 이후의 상황을 제대로 개선하지 않은 탓이다.

특히 엄청난 규모의 부실 채권은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부실채권 비중은 줄어들고 있으나 은행들은 아직 자산을 팔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들 회사와 은행이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대란의 파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저질렀다.

개혁의 실패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제2위기 정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빠른 경제 회복을 즐거워하던 사람은 그것이 거짓이었음을 깨닫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리=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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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3월27일자)에 실린 ''주춤대는 아시아 경기회복(Asia faltering recovery)''이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