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도와주는 게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고 채권단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빈사상태의 현대건설에 총 2조9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한 채권금융사 대표인 김경림(59) 외환은행장.

김 행장은 지난달 29일 현대건설 지원을 위한 채권단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야말로 ''화끈하게'' 말했다.

"현대건설을 죽이는 것보다는 살리는 게 낫고 그러기 위해선 충분히 지원해 제 힘으로 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행장은 현대와 인연이 많다.

그는 지난 91년부터 94년까지 만 3년간 은행감독원 여신관리국장을 맡았다.

당시는 고(故) 정주영 회장의 대선출마로 현대그룹과 정부의 관계가 불편하던 때.김 행장은 30대그룹 자금의 감독책임을 맡은 은감원 여신관리 국장으로 현대의 돈흐름을 감시했다.

현대로선 그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가 작년 5월 외환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현대와 다시 만났다.

취임한 지 1주일도 안돼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터진 것.김 행장은 주채권은행장으로서 채권금융사들을 대표해 ''현대 해결사''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경북 영천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행장은 한국은행 출신이다.

66년 한은에 들어가 조사부 뉴욕사무소 자금부 등 핵심부서를 거쳐 여신관리국장 감독기획국장을 역임했다.

때문에 여신관리와 기업구조조정 분야엔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특유의 호방한 성격으로 따르는 사람도 많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절대 잊지 않는 의리파다.

그런 품성 때문에 서로 이해가 다른 35개 채권금융사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어쨌든 5월중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김 행장은 현대건설의 사실상 대표 주인이 된다.

침몰 위기의 현대건설을 되살리기 위해 깃발을 치켜든 김 행장.과연 그가 현대건설을 한국의 간판 건설회사로 재건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려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