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타임스 스퀘어.

뉴요커들의 새해맞이 장소로 맨해튼 최대의 관광명소중 하나다.

나스닥은 물론 유명 방송국들의 스튜디오가 몰려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밤낮없이 펼쳐지는 다양한 길거리 공연들도 볼거리.

카메라를 손에 쥔 관광객이 연간 수천만명에 이를 정도다.

그런만큼 이곳에서 광고를 하면 효과만점이다.

웬만한 자리에 있는 광고판을 사려면 우리돈으로 연간 25억~40억원을 내야 한다.

그래도 목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흡사 전쟁과 같다.

그틈에서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늠름하게 버티고 있는 삼성과 LG그룹의 광고판은 한국관광객들을 흐뭇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하나 둘씩 빈 광고판이 생기고 있다.

90년대 중반이후 처음이다.

지난 33년동안 광고판을 유지해온 터줏대감 일본 산토리위스키 광고마저 요즘 철거작업중이다.

이곳에 60개의 광고판을 운영하고 있는 스펙타컬러 커뮤니케이션의 조지 스톤벨리 사장은 "광고비용이 평균 25% 떨어졌다"며 "이제 50만달러만 내면 타임스 스퀘어에 입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허드슨강변을 따라 웨스트사이드 하이웨이를 타고 가면 106스트리트 쪽에 앵그리맨닷컴(AngryMan.com)의 대형 광고판이 나온다.

이미 문을 닫은 회사다.

42번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길목에 있는 15층짜리 니커보커빌딩엔 지난 1월 상영이 끝난 유선방송영화 ''아틸라(attila)''의 선전물이 건물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

이처럼 새광고를 찾지 못해 빛바랜 옛날 광고를 그대로 두고 있는 곳도 많다.

맨해튼의 옥외광고 위축은 작년 하반기 이후의 경기침체, 특히 닷컴거품이 빠진 탓이다.

빠른 시간에 이름을 알리려는 닷컴들은 엄청난 광고비를 길거리에 뿌려댔다.

98년 1천3백만달러였던 인터넷기업들의 옥외광고비용이 99년에는 1억달러로 늘어났고 지난해도 거품이 빠지기 전인 9월까지 50%의 증가율을 기록했었다.

맨해튼의 빈 광고판과 빛바랜 광고물들이 미국 경제의 오늘을 잘 말해주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