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고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에 투기세력들의 개입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태다.

일부 국가에서는 외환위기 초기 징후인 통화가치 하락과 외환보유고 감소간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는 재연될 것인가.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난 97년 하반기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진행되고 있는 위기극복 과정이 지금 정확히 어디까지 와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개도국 통화위기 극복과정은 부족한 외화를 채우는 유동성 위기 극복단계와 위기를 낳은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시스템 위기 극복단계로 구분된다.

과거 위기국의 경험으로 볼 때 이 과정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할 경우 위기재연에 대한 불안감이 갑자기 높아진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으나 현재 아시아 위기 극복단계는 유동성 위기만 극복됐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아시아 위기국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기업들의 경쟁력 개선과 경제안정과는 거리가 먼 상태다.

이럴 때 나타나는 위기재연에 대한 우려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으로 완충능력을 얼마나 확보했는가가 관건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대외완충능력은 아무래도 미국과 일본경제의 성장 및 엔화가치의 안정여부에 달려 있다.

제1,2위 교역상대국이 미국과 일본인데다 수출이 엔화 가치변화에 크게 좌우되는 천수답(天水畓)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올들어 미국과 일본경제가 동반 침체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국제투자자금의 안정자산으로의 선호경향(flight to quality)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지난 주말에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백26엔대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나타나면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아시아 지역에 속한 국가에 커다란 충격을 준다.

게다가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차원에서 논의된 방안들이 현 시점에서 어느 것 하나 구체화된 게 없다.

최근 들어선 미국의 위상과 이익을 강조하는 부시 정부의 독자적인 대외정책으로 선진국간 공조(共助)분위기도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국가 내부적으로도 정치권 혹은 정책 당국자들의 경제주도력과 국민화합 분위기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각종 선거일정과 맞물리면서 97년 하반기 이후 발생했던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경제 구조조정도 제대로 안돼 대외환경 변화를 흡수할 만큼 유연하지 못하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어 외환위기 재연에 대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앞으로 예상되는 외화수급 여건을 감안하면 외화흐름이 그렇게 원만해 보이지 않는다.

외환위기를 한번 겪어본 이상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경제주체들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최근 일고 있는 외환위기 재연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는 것은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