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냐 ''금융회사''냐.

29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이근영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2단계 금융구조조정이 끝나면 종전 일상적으로 부르던 ''금융기관''이란 명칭을 공식적으로 ''금융회사''로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도 수익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회사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이날 준비했던 발제문 원고에도 시종일관 ''금융회사''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참석자들과의 토론과정에서는 부지불식간에 ''금융기관''이란 말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 위원장뿐 아니라 우리는 엄연히 주식회사인 ''금융회사''를 별로 문제의식 없이 ''금융기관''이라고 불러 왔다.

하지만 금융기관이란 용어에는 관치금융 냄새가 배어 있고,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을 강조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짙은 ''관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우리의 금융현실을 두고 ''금융기관''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날로 바뀌고 있는 금융환경은 이제 더 이상 ''금융기관''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모든 분야가 국경없는 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금융만큼 국제경쟁에 심하게 노출되고 있는 분야도 드물다.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다른 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금융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관치나 공익성을 강조하는 우리 ''금융기관''이 수익성 위주로 무장한 외국의 ''금융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금융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정책당국이나 고객이 ''금융기관''적 발상을 하는 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2단계 금융개혁이 끝나기를 기다릴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정책당국이 앞장서 ''금융회사''로 부르겠다는 의지를 공식선언하고 관치금융 청산 등을 통해 이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최경환 전문위원.經博 kghw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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