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분식회계 특별감리 없을 것" ]

△ 어윤대 고려대 교수 =국내 금융개혁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긍정적 평가가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국민총생산(GNP) 대비 금융개혁 비용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더구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사들은 모두 국유화됐다.

관치 우려가 있다.

△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비용이 많으들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전면적인 위기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다.

또 금융사가 국유화되더라도 소유와 경영은 엄격히 분리된다.

우리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최고경영자(CEO)를 인선위원회에서 뽑았고 이를 민간에서 후보를 추전했다.

또 공적자금이 들어간 금융사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한 2003년까지 가지 않고 지분을 수시로 매각하겠다.

△ 어 교수 =금융사 소유문제와 관련해서는 외국 기업들과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캐피탈에게 넘겨 수천억원대의 순익을 냈다고 하지만 아마 우리 기업에 팔았더라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은행지분 소유제한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 이 위원장 =외환위기 극복과정서 외국자본이 불가피하게 유입됐다.

제일은행의 경우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역차별이 있었던 것도 솔직히 시인한다.

대기업의 은행소유 지분을 4%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론을 감안해 해소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 신용인 안건회계 대표 =분식회계가 화두다.

금융감독원이 98년부터 2000년까지 1백3개의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중 31%가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그룹 분식회계로 5대 회계법인의 하나였던 청운회계법인이 청산대상이 됐다.

대우계열사 사장들과 회계사들도 구속됐다.

동아건설과 현대건설의 경우에도 분식회계 논란이 있다.

그러나 분식회계는 과거에 한번 일어나면 계속 누적된다.

과거 회계분식에 대해 특단조치, 예컨대 일괄 사면조치가 없으면 이를 해소할 수 없다.

일본도 3∼5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기업들이 단계적으로 분식회계를 해소토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이 위원장 =분식회계 기업이 31%라고 했지만 크고 작건 간에 거의 모든 기업이 분식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분식회계 방지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과 완충장치를 준비중이다.

내주께 이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괄적으로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사면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 법 감정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과거 형사처벌범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또 행정적으로 사면을 하더라도 일반인들의 민사소송과 국세청도 조세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 박웅서 고합 고문 =고합에 가보니 장부에는 자산이 3조5천억원대로 적혀 있었으나 실제가치는 1조2천억원 정도였다.

3조5천억원 기준으로 감가상각비를 털고 나니 경영을 할 수가 없었다.

분식회계 때문이었다.

△ 이 위원장 =기업경영이란 일종의 사회활동이고 회계란 이런 경영실적을 숫자로 표기한 것이다.

분식회계가 있다는 것은 부패와 깊은 관계가 있다.

분식회계 근절은 부정부패 근절과 똑같은 얘기다.

따라서 분식회계 근절은 사회수준과 발맞춰 진행될 수 밖에없다.

솔직히 얘기해 보자.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면죄부를 준다고 해서 분식회계가 1백% 없어진다고 보나.

면죄부를 주면 분명히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다.

△ 신수연 여성경제인협회 회장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금융사들이 정부의 관치때문에 멍드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제일은행이 정부 압력을 물리치는 것을 보면서 다른 은행들도 몹시 부러워 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 이 위원장 =얼마전 윌프레드 호리에 행장이 찾아왔길래 얘기했다.

투자에 대한 성공을 기대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국내 금융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시장조성을 위해서는 금융사들이 비용을 공동부담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말이다.

호리에 행장도 이를 이해하고 돌아갔다.

△ 어 교수 =금융사들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경쟁 마인드가 부족하다.

차라리 일반 기업인들이 금융기관에 가면 휠씬 경영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 이 위원장 =국내 금융업계의 맨파워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는 곧바로 양성되는게 아니다.

금융사들의 꾸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CEO들이 인력개발투자 비용을 손실처리비용으로 생각하는데 이를 바꿔야 한다.

정리=허원순.박수진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