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30일 오후 삼성그룹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과 회동,재계 화합을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사람의 이날 만남은 이 회장이 정 회장 선친인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데 대한 답례의 성격을 띠었지만 최근 현대와 삼성의 협력 분위기 속에서 이뤄져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이 회장에게 삼성 계열사 사장단이 현대차 에쿠스를 구입한 데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현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현대가 삼성신용카드를 법인카드로 이용키로 하는 등 재계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과정에서 서먹했던 현대와 삼성의 두 총수가 개별적으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이 회장과 회동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전경련을 방문해 김각중 회장,손병두 부회장 등에게 "여러분의 협조로 장례를 잘 치렀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재계 화합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차는 시장원리에 따라 현대건설과 분리됐다"며 현대그룹에 대해 지원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다음달 14일 안양 베네스트GC에서 열리는 전경련 회장단 골프모임에 참석하기 어렵다며 1백일 탈상기간이 끝난 뒤 전경련 회장단을 초청해 감사의 자리를 갖겠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전경련을 찾은 것은 지난 99년 6월 전경련 회장을 맡기로 했다가 불발에 그친 이후 21개월 만이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