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국제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부시 미 행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개도국이 온실가스 의무감축에서 빠져 있어 실효성이 없고 또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미국정부의 결정이 미국의 환경정책에 대한 비난을 넘어 부시정부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추락시키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시정부는 안보 경제 등의 분야에서 극도의 국익우선 정책들을 쏟아내 우방국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오고 있는 터이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면제받은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지구온난화의 책임은 누가 뭐래도 일찍이 산업화를 이룩한 선진국들에 있다.

38개 선진국들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이상을 뿜어내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미국의 배출량이 전세계 배출량의 25%에 이르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새삼스럽게 개도국의 비협조를 핑계로 국제협약을 무시하겠다는 것은 환경문제까지 힘의 논리로 해결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 대신 새로운 대안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개도국들도 배출규제의 틀에 가두고 미국의 부담을 더는 새로운 협약을 구상중인 모양이지만 이는 분란만 가중시킬 뿐, 원만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유럽연합(EU) 환경장관들이 30일 긴급회담을 열고 대응방안 마련에 나선 것도 이번 ''환경갈등''이 자칫 외교쟁점으로 비화될 수도 있음을 말해 준다고 하겠다.

미국은 교토의정서 불이행 결정을 즉각 취소하고 녹지면적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재조정과 배출권 거래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후속협상에 성의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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