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나 마리아, 성인을 눈에 보이는 조각이나 그림으로 표현한 성상화(聖像畵)속의 인물들은 그들의 실체와 같을 수는 없다.

그것은 성상화를 뜻하는 아이코노그라피(Iconography)가 ''이미지(icon)''와 ''쓰기(to write)''의 합성어인데서도 드러난다.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적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 성상화다.

실제로 중세 이후 이탈리아를 비롯 유럽전역에서 제작된 성상화에 나타나는 예수의 얼굴은 시대와 국가 예술가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성서의 내용과 달리 예수가 유럽 귀공자풍의 얼굴로 표현돼 있다는 점이다.

성당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리아나 예수상이다.

동방정교회에서는 그림은 허용하지만 조각상은 우상으로 간주해 교회를 온통 그림만으로 장식한다.

또 개신교 교회는 성상화를 우상숭배라고 해 완전히 배격하고 있다.

한국인의 눈에 익은 예수의 얼굴은 유럽의 성상화속에 나오는 예수라기보다는 그것이 미국식으로 변형된 긴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예수다.

개신교의 전도지에 그림으로 많이 등장하는 모습이다.

추상화한 예수는 물론이고 50년대에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갓 쓰고 도포 입은 예수도 아직은 왠지 낯설다.

영국의 BBC가 다큐멘터리 ''신의 아들''을 제작하기 위해 복원한 예수의 얼굴이 공개됐다.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짙은 올리브색 피부에 짧은 곱슬머리, 콧수염 턱수염의 농부얼굴을 닮았다.

고대 유대인의 두개골및 이라크의 예수상을 토대로 첨단 법의학 기법과 컴퓨터를 써서 만들었다니 실제 인물에 가까운 모습일 것 같기도 하다.

얼굴에 덧붙여진 성스러움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참 모습을 보여주려는 제작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성상화처럼 이것도 예수의 본 얼굴은 아닐테니 실망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한다.

오늘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은 이해할 수 없게 됐다.

역사의 한 가운데서 성서속의 신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인간의 종교적 상상력이 그만큼 움츠러드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새 얼굴의 예수가 등장할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