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 이메이션코리아 사장 jwlee@imation.com >

여러분은 첫사랑의 여인을 기억하시는지….

목련꽃 피는 계절이면 그 그늘 아래서 읽었던 첫사랑의 편지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아마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아름다웠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강할 것이다.

어느날 아침 눈을 떴더니 첫사랑의 여인 그리고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복하고 따뜻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에 본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 맨''은 이런 꿈같은 일을 통해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줬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인 잭에게는 값비싼 옷과 자동차 그리고 미녀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그 어떤 물질적 풍요도 크리스마스이브의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가지게 된 가정과 가족보다 소중할 수는 없었다.

흔히 미국은 가족 해체현상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의 CEO 중에는 가족을 위해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가 대사직을 포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밤새도록 술 마시고 폭탄주 돌리는 만용을 보여야 남자다운 남자로 인정받고 아내나 자식에게 다정다감한 면을 보이면 팔불출이니 뭐니 입방아를 찧는 우리와는 다르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과 가족을 지킬 줄 안다.

1997년 7월 전자신문 기자였던 조영도씨가 아내와 ''솔,빛,별''등 세 딸과 더불어 세계일주를 하기 위해 직장을 버린 일은 당시 나에게 작은 충격과 부러움으로 다가왔었다.

작년 서울시 시정개혁단장이던 이 성씨는 가족들과 함께 1년 동안 세계여행길에 올랐다.

최근에는 야후코리아의 염진섭 사장이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최고의 직장과 연봉을 포기하고 미국여행길에 올랐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직장에서도 가족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온 것 같다.

카드나 e메일을 보내 평소 못했던 말을 글로 전해보자.

새 봄을 전해 줄 꽃은 어떨까.

가족과 맛보는 짧은 행복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가꿔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