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BC 624~546년)에게 제자가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뭡니까? "자신을 아는 것"

그러면 가장 쉬운 것은 뭡니까? "남에게 충고하는 것"

탈레스 전기문의 한 토막이다.

2천6백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탈레스의 이 현언(賢言)이 미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자국의 경제상태는 잘 모르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선 이런 저런 충고를 잘도 한다.

미국경제가 얼마나 나쁜 지경에 있는지,또 언제쯤 경제가 살아날지를 미국인 중 누구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달초까진 "경제상태가 아주 안좋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기초가 튼튼하다.

회복을 자신한다"고 말을 돌렸다.

폴 오닐 재무장관도 "침체까지는 안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성장률이 제로(0)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기관이나 경제연구소들도 제각각이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경기침체까지 간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그래도 성장률이 1%는 될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경제가 다시 살아날 시기에 대한 전망도 올가을,연말,내년초,내년중반 등으로 중구난방이다.

이렇게 자신은 잘 모르면서 남에 대해선 잘 안다.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자신있게 말한다.

이달초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모리 요시로 일본총리에게 점잖게 훈수했다.

일본경제가 위험하니 부실채권을 빨리 정리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얘기였다.

미국관리들은 이를 애정어린 충고라고 미화했다.

한국에 대해선 자동차시장이 닫혀 있다고 확언한다.

중국은 인권보호가 문제라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그러면서 시장을 더 열고 인권보호 조치를 취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할일(자신을 아는 것)은 하지 못한 채, 쉽지만 안해도 될 일(충고하는 것)은 잘하는'' 미국을 축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것이 미국식 글로벌화의 물결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한국경제의 불행이자 한계다.

이정훈 국제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