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 건축가.(주)서울포럼 대표 >

항상 그렇듯이 개각이 있고 나면 ''졸속 구성''이니, ''나눠먹기 식''이라느니, ''정치 개각''이라느니 개탄과 비판의 소리가 드높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는 ''누가 해도 좋다. 그저 잘만 해다오''하는 심정이다.

검증된 인물이면 좋겠다는 소망도 접어둔다.

업무를 재빨리 파악하고, 제약사항을 검토하고, 쓸데없이 ''한 건'' 욕심 부리지 않고, 현실 행정의 냉철함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이상과 소신만으로는 될 수 없는 것이 ''현장의 국민행정''이니 말이다.

단임제의 임기말 권력누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사치스럽게 보인다.

국정 해이가 더 걱정일 뿐이다.

역사적 위업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참 여유있어 보인다.

먹고 살 일 걱정이고 빚더미에 앉을까봐 걱정이다.

이웃 나라들을 보아도 정치 때문에 경제 발목 잡히며 빚더미에 올라앉아서 ''잃어버린 10년'' ''빚 갚으려면 100년''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 빠지는 것이나 아닐까 지레 겁이 나는 시점이다.

정치하는 사람도 안되긴 참 안됐다.

정치인은 그렇게도 많고 공로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그렇게 많은데, 나누어 줄 자리는 한정돼 있고, 운용 기간 역시 ''임기''라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목을 빼고 기다릴 정치인들도 안됐지만, 나누어 주어야 하는 정치인들은 또 오죽 힘들까.

나누어 주어 봤자 불만은 여전할 테니 말이다.

정치가 ''빚 갚기''와 ''미끼 던지기''의 역학이 돼버리니, 이 자본주의사회의 민주정치를 해내기란 참 어렵기도 하다.

''선거''라는, 그나마 가장 민주적인 제도 속에서 정치인이 살아남으려면 돈이 필요하니 어쩌겠는가.

''돈 들어가는 정치''는 빚과 미끼로 이루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일 것이다.

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공천 받기 위해 돈들이고, 기본 활동을 하려 해도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니 후원금을 받든지 빚이라도 내야할 판이고, ''당선되면'' ''한자리하면'' 은혜(?) 갚을 미끼라도 던질 수 있어야 정치인은 겨우 버틸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선거민주주의를 그나마 잘 실천한다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는 우리나라보다 더한 미국의 정치판에서 온갖 기부를 한 수많은 사람들이 대사직을 원해서 골치를 앓는다는 뉴스도 있었다.

정치자금 줄을 댄 기업의 이익 지키기에 초연할 수 없는 미국 정치인의 한계는 엄연한 현실이다.

''빚 갚기''와 ''미끼 던지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방법이라면, 다음 세 가지뿐 아닐까.

첫째, ''본전 뽑을 걱정'' 없는 돈 많은 사람만 정치를 한다.

둘째, 전문실력이 뛰어난 사람만 정치를 한다.

셋째, 정치란 아무리 따져도 수지타산이 그리 높지 않은 사회가 된다.

첫째, 조건만 맞는 사람만이 정치를 한다면 비극일 것이다.

둘째, 조건만 갖추기란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이다.

셋째,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아무도 정치를 지망하지 않게 돼 또 문제가 될까?

그러니 어느 하나로서는 안되고 세가지 조건이 맞물려야 할 것이다.

본전은 최소한 들이는 것이 현명하고, 실력 없으면 아예 발을 못 붙일 정도로 뛰어난 정치인들이 많고, 수지타산을 면밀하게 따져봐도 운영비나 빠지고 ''국정 헌신''이라는 명예가 부가가치로 붙을 뿐인 정치세계면 어떨까.

천진난만한 꿈일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근 일본의 ''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주자가 당선된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얼룩지고 얼룩진 정당정치의 역학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소속 정치인에게 기대를 걸어보려는 사람들의 심정이다.

갈 데까지 간 정당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현장에 발붙인 현실정치, 전문정치로 가는 신호 아닐까.

여전히 정치인의 선의를 믿고 싶다.

모든 정치인들의 꿈은 ''국정''에 자신을 헌신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비전과 국민의 비전의 호흡을 잘 맞추어 ''살고싶은 나라''로 만드는데 아무리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것이리라 믿는다.

국정이 정치인들의 훈련사례가 되지 않기를, 국정 부처가 정치인의 실험교육장이 되지 않기를 정말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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