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공공조직에서만 16년간 보안기술에 매달려온 시큐랜치의 신종태(41) 사장이 인생항로를 바꾼 배경이다.

지난해 7월 동국대 창업보육센터에 웅지를 틀고 창업대열에 합류한 신 사장이 고른 사업품목은 PC기반의 보안소프트웨어.

파이어월(방화벽)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보안소프트웨어는 서버에 설치된다.

서버용 보안소프트웨어의 개념은 선진국에서 나왔다.

국산 보안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이 외산을 수입대체하는 수준에서 개발돼 온 것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 사장이 이달초 내놓은 PC월(wall)은 PC에 깐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세계에서도 이제 도입되는 기술이어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PC월의 영문판을 먼저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PC기반의 보안소프트웨어는 보안문제의 상당수가 내부자에 의한 것이라는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다.

PC에 보안소프트웨어를 깔면 내부자도 정보를 빼가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종전엔 내부자에 의한 보안문제를 해결하려면 SI(시스템통합) 업체에 용역을 맡겨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패키지소프트웨어로 간단히 이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특히 PC월은 PC에 깔기만 하면 기존의 파이어월은 물론 암호화 및 침입탐지 등과 같은 여러 보안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두루 제공한다.

서버용 제품을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암호화 기능도 쓰기 쉽게 만들었다.

파일을 화면상의 암호화 영역으로 끌어당기면 자동으로 암호화된다.

가장 큰 경쟁력은 PC월의 가격.

10만원대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파이어월이나 침입탐지소프트웨어 하나만 1천만원~5천만원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준인 셈이다.

파이어월 설치에 부담을 느끼는 소호창업자나 중소기업에는 적격이다.

내부자끼리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군이나 특수조직용으로도 적합하다고 신 사장은 설명했다.

PC월은 신 사장이 지난 84년부터 꾸준히 보안분야에 몸담은 결과물이다.

정보보호 1세대로 통하는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국가용 암호체계 개발 프로젝트를 비롯해 보안 전자우편시스템 개발 등에 참여했다.

정보보호센터 준비위원회 핵심멤버로 이 센터 탄생의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1996년 설립된 정보보호센터로 옮긴 그는 침입차단시스템 평가체계를 만들기도 했다.

시큐어소프트 어울림정보기술 한국정보공학 등 국내 유명 보안업체의 소프트웨어가 그의 평가를 받았다.

신 사장은 제품의 방향을 잡고 연구개발하는 데만 매달리고 있다.

마케팅은 카드식 PC보안장치로 기반을 잡은 가드텍을 통해 벌이고 있다.

자금 및 조직관리는 스마트21엔젤클럽의 사무국장을 지낸 최정헌씨를 이사로 영입해 맡겼다.

신 사장은 "전자우편을 암호화하는 PC기반의 솔루션과 인공지능을 갖춘 침입탐지시스템도 내놓을 계획"이라며 "아직도 도전할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02)2260-8653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