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대투신과 현대생명의 부실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데 대해 현대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대투신과 생명 모두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인수한 회사인데 이제와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말도 않된다는게 현대의 입장이다.

특히 현대증권의 대주주인 현대상선이 강경하다.

현대상선은 정부가 제기한 책임론을 현대증권 주식을 내놓으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현대상선 고위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투신등의 대주주라는 사실 때문에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까지 덤태기를 씌우는 것은 있을 수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현대상선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달전까지만 해도 AIG측이 현대상선 보유 주식을 시가(약 1천2백억원)대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온 것으로 안다"며 "지금에 와서 정부가 책임론은 내세워 거저 내놓으라는 압력을 가하는 것은 정부의 미숙한 협상력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측은 AIG와 현대증권의 경영권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이같은 책임론이 느닷없이 터져 나온데 대해 정부가 모종의 복선을 깔고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의 책임론을 거론함으로써 최대한 현대측의 양보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투신 등에 대한 최종 실사에 들어간다는 것은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아니냐"며 "AIG는 협상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로서는 공적자금을 넣는 대가로 현대의 지분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현대 상층부에서는 이미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최근 현대증권 임원진의 집단사표 제출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실무진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