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6일 단행한 대폭적인 개각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로 국정의 난맥상을 수습하고 집권후반기의 누수현상을 막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여권내 가용 인재풀을 거의 모두 동원하고서도 민심과는 거리가 있는듯한 인물들을 요직에 기용함으로써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반된 민심을 조기에 수습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인 출신 인사들의 대거 등용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이번 개각은 민심이반과 야당의 정치공세를 강력한 친정체제구축을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특히 김 대통령이 개각에 앞서 민주당 김원길 의원을 보건복지부장관에 기용하고 이해찬 의원을 당정책위의장에 재발탁한데 이어 이번에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에 기용하는 등 적지않은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자신의 핵심 측근들을 전진배치한 것을 보면 이번 인사의 뜻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러나 의료보험 사태를 계기로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반여론과는 달리, 건설교통 등 주요 경제부처장관에 정치인을 앉힌 것은 ''나눠먹기식'' 인사라는 비판을 불러올수도 있다고 본다.

야당에서는 이번 개각이 ''한국정치사 최대의 개악''이라고 혹평하고 있지만 올해는 김 대통령이 자유롭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인만큼 자신의 의지가 뚜렷하게 반영된 인사를 했다고 해서 그리 책잡힐 일은 아니다.

문제는 새 내각의 앞길에는 어느것 하나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새내각은 경제상황 악화와 건강보험 재정파탄 등으로 등돌린 민심을 다잡고 4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부시행정부 출범 후 삐걱대는 남북 및 북.미 관계등을 원만하게 조정해 대북 포용정책을 제궤도에 올려놓는 일도 외교팀장이 교체됐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다.

여기에다 DJP 공조체제 복원과 민국당과의 3당 정책연합 추진 등으로 대야(對野) 관계가 어느 때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큰 부담이 아닐수 없다.

이번 개각에서 재정경제부장관을 비롯한 주요 경제팀이 유임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고 경제팀이 정책수행을 잘해 유임됐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팀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고 할수 있다.

결국 새내각의 성패여부도 경제회생 여부로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