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례식이 거행된 25일 서울 청운동 자택과 계동 현대사옥,영결식장인 서울중앙병원,하남시 창우동 장지 등에는 고인을 애도하는 현대 임직원들과 일반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영결식장에는 정.관.재계 인사들고 현대의 임직원들,평소 고인을 존경했던 시민 등 7천여명이 참석해 애도의 물결을 이뤘다.

현대자동차 이종건 과장은 "현대맨이 됐을 때 최고의 기업인 밑에서 일하게 됐다는 자부심으로 가득찼었다"며 "회장님께서 남기신 수많은 업적이 자랑스러웠는데 이제 우리 곁을 떠나신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대건설 금석호 과장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으로 며칠을 보냈다.

회장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회장님을 편안하게 보내야 하는게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다.

회장님께서 남기신 불굴의 투지와 신념을 이어받아 현대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비장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정주영 회장의 경영철학을 존경해 자신의 아들 이름을 정주영(14)으로 지었다는 정 모씨(43.송파구 문정동)는 "고인처럼 불굴의 정신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라는 뜻으로 아들의 이름을 정주영으로 지었는데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 이렇게 가시다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슬퍼했다.

강동구 상일동에서 왔다는 시민 백순단(여.51)씨는 "보따리 장사를 하며 딸 둘을 홀로키우고 있는데 힘들 때마다 정 명예회장님이 항상 정신적 지주가 돼 주셨는데 이제 회장님이 돌아가셨으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전날 동료 교수 20여명과 함께 서울 청운동 정 전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서울대 조동성 경영대학장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경제의 마지막 증인이고 한국사회의 마지막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조 학장은 "정 회장의 서거는 경영을 전공하고 있는 교수 입장에서 상당히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며 경제사적인, 기업사적인 또 인물사적인 세가지면에서 그 뜻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발인은 25일 오전 8시 빈소가 차려진 청운동 자택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 정몽헌 현대건설 이사회 회장, 정몽준 국회의원(현대중공업 고문) 등 유가족과 현대 관계사 사장급이상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교식으로 거행됐다.

유족들은 발인에 앞서 오전 6시 고인에게 영결을 고하는 ''조전''을 올렸으며 8시 정각 고인의 유해를 대문앞 운구차로 옮긴후 발인제를 지냈다.

발인제는 맏상주인 정몽구 회장이 먼저 재를 올린데 이어 형제들이 차례로 절을 올리는 순으로 진행됐으며 윤여빈 성균관 의례부장이 주관했다.

영정 운반은 장손인 정의선 현대차 상무가 맡았으며 훈장운반은 마지막까지 고인을 모신 비서실 김상철 과장이 맡았다.

운구는 현대 관계사에서 뽑은 36명의 직원이 3개조 12명씩으로 나눠 맡았다.

김용준.류시훈.정지영.홍성원 기자 jun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