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문단이 서울을 방문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별세를 애도하고 평양으로 돌아감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봄꽃소식''이 전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분단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조문외교''가 최근 소강국면에 빠진 남북 당국자 대화와 경제협력에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북측 조문단의 서울 방문은 시기적으로 지난 13일 장관급회담이 무기한 연기된 이후 남북관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점에서 긍정적이라는게 정부 당국자의 평가다.

그동안 남북 당국자간 대화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기조를 드러내고 이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면서 거의 중단돼왔다.

정부는 수차례 대화재개를 제의했으나 북측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남북 당국자간 접촉이 재개돼 북측 조문단의 서울 방문 일정과 경호문제가 다뤄졌다.

정부는 북측이 ''조문목적''을 강조하고 있어 당국자와 공식회담을 자제했으나 비공식접촉 등을 통해 장관급회담 재개 등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단 단장인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통해 남측 정부의 입장이 북측 지도부에 전달됐으리라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최근 흐름으로 볼때 내달에는 장관급회담이 다시 열릴 것"이라며 대화재개를 낙관하기도 했다.

이번 조문외교는 나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위한 분위기 형성에도 간접적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여야 정치권이 조문단의 서울 방문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사를 나타내는 등 북측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부분 희석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상반기중 서울을 답방하는데 대한 공론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아가 남북간에 ''조문 왕래''라는 새로운 교류형태가 틀을 잡으면서 이산가족들의 교환방문이 더욱 활발해질 수도 있다.

이번 조문외교는 전력지원 문제로 삐걱거리고 있는 남북경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북측은 조문단 파견 등 ''최상의 예우''를 보여줌으로써 금강산 사업 등 남북경협이 계속 되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특히 금강산 관광대가 조정 등에 대해 현대와 적극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쳐 앞으로 개성공단 경제특구 지정, 세제 지원 등 경협 활성화를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교류협력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북측이 좀더 유연한 자세를 갖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또 현대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표명, 경협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대를 남측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