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신냉전시대가 도래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세계 무력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세나라 관계가 심상치 않은 변화의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사태의 진전여하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매우 민감한 사안이 아닐수 없다.

미국이 지난 21일 로버트 헨슨 전 FBI요원의 이중간첩 활동에 대한 보복조치로 러시아 외교관 50명에 대해 추방령을 내린데 맞서 러시아도 같은 수의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겠다고 응수함으로써 양국관계는 심각한 마찰이 예상된다.

미국은 또 지난해 국방부가 중국을 ''21세기의 가상 주적(主敵)''으로 규정한데 이어 부시행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대만에 이지스함을 비롯한 최첨단 무기 판매를 시도하는 등 노골적인 친(親)대만 노선으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첨단무기 판매결정을 내린다면 대만을 무력침공할 수도 있다고 경고함으로써 향후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물론 미.러간 외교관 추방전은 과거에도 더러 있었던 일이며 미·중 마찰 역시 경제적 이해관계로 보아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힘의 외교를 강조해온 부시정부 출범후 2개월여만에 불거져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일이며 그 밑바탕에는 부시정부가 보여온 일련의 신냉전주의, 신고립주의적 외교노선이 깔려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지난번 이라크에 대한 일방적 공습이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북한에 대한 강경태도 등도 바로 이같은 새 외교노선의 구체적 표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오늘날 미국의 외교현안들은 다른 강대국들을 ''전략적 동반자''로 대접해 주지 않고서는 풀릴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는 세계평화와 안정에 장애요인이 될 것임은 물론 그렇지 않아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세계경제와 이미 경착륙 경고등이 켜진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이제 미국은 시대착오적 신냉전시대를 초래하지 않도록 힘의 외교를 지양해야 하며 러시아 중국 등 다른 대국들도 다극주의 외교공세를 자제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악화돼 한반도 주변에 신냉전적 대결구도가 형성될 경우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인 만큼 우리 정부도 사태추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