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기업의 재고 파악이 용이해져 ''주문 즉시 생산''(On-Demand) 체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수축기에 접어든 한국 경제의 저점 통과도 올해안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경기변화 빨라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2년이후 발생한 6차례 경기순환은 확장기 34개월, 수축기 19개월 등 평균 53개월 주기로 나타났다.

다만 직전 순환기에는 확장 38개월(93년1월∼96년3월), 수축 29개월(96년3월∼98년8월) 등 67개월로 평균치보다 길었다.

반도체 호황, 내수활황으로 확장기간이 긴 만큼 IMF 사태를 맞기까지 수축기간도 길어진 탓이다.

현재의 경기사이클은 98년8월 저점에서 지난해 8월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확장기가 평균치보다 10개월 단축된 24개월에 불과하다.

한은은 대외 충격만 크지 않다면 경기 수축기도 15개월 안팎으로 단축돼 올 4.4분기께 저점 통과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 재고 쌓아둘 필요없다 =한은은 생산자 재고가 지난해 10조3천1백62억원 감소했다고 추계했다.

이는 전년 재고감소분(6조1천6백77억원)보다 67.3% 많은 것이다.

한은은 경기변동에 관계없이 기업이 재고를 줄여 수요 증가시 바로 생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업이 경기가 좋아지면 재고부터 출하하고 나빠지면 재고가 늘어났다"면서 "재고 감소가 경기 하강국면을 짧게 만드는 완충기능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상무는 "경기사이클 단축은 경제의 디지털화와 시스템개혁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라면서 "퇴출위기속에 기업들이 재고로 인한 금융부담을 피하려는 측면도 있어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고감소와 경기사이클을 연관짓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센터장은 "미국은 e비즈니스 발달로 재고조정 기간이 단축돼 경기사이클이 짧아졌지만 한국은 디지털경제가 그만큼 진전되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사이클은 세계경제 상황, 기업의 내부현금흐름, 구조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결정한다"면서 "다만 IT산업이 국내경제를 앞장서 이끌고 있어 경기순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